음주운전 교통사고로 뇌사에 빠졌다가 숨진 윤창호(22)씨의 영결식이 11일 열린 가운데, 이른바 ‘윤창호법’의 국회 통과를 강력히 촉구한 청와대 국민청원이 주목받고 있다. 청원인은 자신을 또 다른 음주운전 사고 피해자의 유족이라고 소개했다.
청원인 A씨는 10일 “아버지가 9월 16일 0시43분 음주운전 사고를 당했다”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적었다. A씨에 따르면 사고 장소는 경기도 분당 현대백화점 맞은편에 위치한 버스정류장이다. 20대 음주 운전자의 차량이 과속 상태로 버스정류장까지 돌진했고, A씨 아버지가 이 차량에 치였다.
A씨는 “일주일 뒤, ‘해운대 음주운전 사고’가 일어났다”고 했다. 해운대 사고는 지난 9월 25일 카투사로 복무하던 윤씨가 휴가 중에 부산 해운대구에서 만취 운전자의 차량에 치여 뇌사에 빠진 일을 말한다. 윤씨는 사고 발생 46일 만인 지난 9일 끝내 사망했다. A씨는 “그 이후 국회의원 104명이 윤창호법을 공동 발의하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고 했다.
도로교통법·특정범죄가중처벌법 일부 개정안인 윤창호법은 음주운전치사를 살인죄로 처벌하고, 음주 수치 기준 강화를 골자로 한다. 이르면 15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A씨는 윤창호법이 통과되더라도 그 전에 발생한 사건까지 소급 적용할 수 없는 점을 지적했다. 아버지를 죽음에 이르게 한 가해자가 초범이라는 이유로 가벼운 처벌을 받게 될까봐 염려된다는 것이다.
A씨는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21일 “음주운전은 중대 범죄로 엄중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것을 언급하며 “하지만 결국 (처벌은) 재판부의 선고에 달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버스정류장, 안전이 확보된 인도에 서 있던 아버지를 과속 음주운전으로 숨지게 한 가해자에게 가벼운 처벌이 선고되면 평생 한이 될 것 같다”며 “음주운전 범죄가 살인죄와 같이 처벌받는 일이 현실화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A씨 가족은 가해자의 엄벌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1심 선고기일은 29일에 열린다고 한다. A씨의 청원은 11일 오후 5시38분 기준 9110명의 동의를 얻었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5일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음주운전 교통사고는 11만4317건이었다. 다행히 사고 건수나 사망자 규모는 해마다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으나, 지난해에도 439명의 음주사고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에 음주운전을 더욱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윤씨의 아버지 윤기현씨도 10일 부산 국군병원에 마련된 아들의 빈소에서 취재진에게 “다시는 창호와 같은 불행한 일이 없기를 바란다”며 “창호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윤창호법이 15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