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킴도 결국 버림 당할 걸 알고 있었다”
여자 컬링 국가대표팀 ‘팀 킴’이 김경두 전 대한컬링경기연맹 회장 직무대행의 폭언과 인격 모독에 시달렸다는 폭로가 나온 가운데 또 다른 피해자가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2001년부터 2006년까지 경북체육회에 속했던 이동건 전 남자 컬링 국가대표 주장은 10일 일부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김 전 직무대행으로부터 부당한 처우, 폭언과 사생활 통제를 당해왔다고 주장했다.
이 전 선수는 2003년 아오모리 동계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컬링 사상 첫 국제대회 금메달을 목에 건 남자 국가대표 주장이다. 이 쾌거로 3년 뒤 의성에 국내 첫 컬링 전용 경기장이 건설됐다. 그는 김 전 직무대행의 지시로 경기장 건설 인부로 동원돼 인력을 착취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선수는 10일 SBS와 인터뷰에서 “어린 선수들은 거의 훈련 시간이 없을 정도였다. 훈련장 건설에 참여했지만 무급이었다”고 밝혔다.
이에 김 전 직무대행은 “(공사장 일은) 말도 안 된다. 일부 선수가 견학했을지 몰라도 내가 직접 지시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하지만 경북체육회 여자 컬링팀에서 뛴 A 선수는 “건설 현장에 선수들이 투입된 건 사실이다. 남자팀 선수들은 한 시즌 내내 건설 현장에서 지냈다”며 김 전 직무대행의 주장을 반박했다. 경북체육회 남자 컬링팀에서 뛴 B 선수도 “김 전 직무대행 입에서 말이 나오지 않는 이상 어떤 그 누구도 움직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전 선수는 금전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아시안게임 후 1년여 동안 매달 월급 중 약 50만원을 당시 경북체육회에서 컬링 훈련을 하고 있던 여자 주니어 팀 훈련비 지원 명목으로 내야만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에 대해 2007년 항의해, 2008년 2월 돈을 모두 돌려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TV조선과 인터뷰에서 “(김 전 직무대행은) 선수들을 김씨 일가의 소유물같이 생각하고, 거기서 공적이 난 다음에는 다시 선수들을 방출한다. (팀 킴) 선수들도 결국 버림을 당할 것도 알고 있었다”며 팀 킴 사태가 예정된 수순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남자 대표팀도 아시안게임 후 지속적인 훈련 방해와 폭언에 시달렸다”며 “SNS도 그렇고 다른 지역 선수, 임원들하고 대화를 전면적으로 통제했다”고 주장했다.
이 전 선수는 2004년 4월 국가대표 선발전에 출전했으나 결승에서 패했다. 이후 재계약을 하지 못하고 2006년 경북체육회를 떠났다. 이 전 선수를 포함한 12명의 선수가 8년 전인 2010년 대한체육회에 호소문을 제출했지만, 답변은 듣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여자 컬링 은메달을 따며 화제가 된 ‘팀 킴’은 지난 8일 “교수님과 감독님들이 사적인 목적 달성에 우리(팀킴)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오랜 시간 고통받아오고 있다”며 대한체육회에 호소문을 제출했다. 김 전 직무대행과 김민정 감독의 반박이 나오면서 진실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갑질 논란’에 대한 사실 여부는 이르면 다음 주 꾸려지는 문체부와 체육회의 합동 감사를 통해 밝혀질 예정이다.
이슬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