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방송사가 연말까지 예정돼 있던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방송 출연을 모두 취소했다.
일본 스포츠 연예지인 스포니치 아넥스는 “TV아사히의 '뮤직 스테이션' 출연이 보류된 한국의 7인조 그룹 방탄소년단의 다른 연말 음악 프로 출연도 모두 무산 됐다”고 10일 전했다.
NHK방송이 오는 12월 31일 방송 예정이던 연말 음악 프로 ‘홍백가합전’에 방탄소년단의 첫 출연을 검토했지만 보류하기로 한 데 이어 후지TV 측도 12월 5일과 12일 방송 예정인 ‘FNS 가요제'출연을 타진했다가 9일 철회 결정을 내렸다. 앞서 일본 TV아사히 측에서 BTS의 음악 방송 출연을 하루 앞두고 갑작스레 취소한 이후 줄줄이 방송이 취소된 것이다.
일본 방송사들의 BTS ‘출연 백지화’는 멤버 지민이 지난해 원자폭탄 투하 장면이 그려져 있는 광복절 티셔츠를 입은 것을 일본 극우세력들이 문제 삼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가 알려진 후 외신들이 일제강점기 일본의 식민지배와 한·일관계를 재조명하면서 일본이 ‘자충수’를 뒀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미국 CNN방송은 9일(현지시간) “원자폭탄 티셔츠로 인해 방탄소년단의 일본 공연이 취소됐다”며 “수많은 한국인은 일제 치하로 고통을 받았으며 이들에 대한 치유 문제가 한·일 관계에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내에서도 BTS의 방송 출연이 취소된 배경에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한국 대법원 판결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포니치 아넥스는 “멤버가 티셔츠를 착용한 것은 지난해 3월이지만, 10월 중순 한국의 인터넷 뉴스를 통해 보도가 됐다”고 밝히면서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해결된 일을 다시금 문제 삼아 10월 30일 한국 대법원이 일본 기업에게 손해 배상을 명령했다”며 “이런 티셔츠 소동이 TV뿐 아니라 일본 전체에 퍼진 ‘한류 따돌리기’와 무관하지 않다”고 전했다.
아울러 “현재의 제3차 한류 붐은 10대 여 중고생들의 인기를 바탕으로 더욱 가속화될 기대감이 있었던 만큼 이번 문제가 이런 한류 붐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시금 한·일관계가 삐걱 거리는 가운데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방탄소년단이 속한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측은 일본 공식 팬클럽 홈페이지를 통해 “아쉬운 결정이다”고 밝힌 가운데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도 10일 SNS를 통해 “최악의 자충수”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서 교수는 “일단 일본이 방탄소년단의 방송 출연을 막고, 극우 매체에서 이런 상황을 보도하는 것은 그야말로 최악의 자충수를 두고 있다고 본다”면서 “CNN, BBC 등 세계적인 언론에 이번 상황이 다 보도되면서 오히려 전 세계의 젊은 팬들에게 일본은 전범국이라는 사실을 확실히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