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새벽 5시, 조모(35)씨는 근무하던 우체국에 출근하지 못 했다. 성실했던 그에게 예상하지 못했던 변이 닥쳤다. 갑자기 번진 화마는 그가 누워있는 작은 고시원 방을 덮쳤고 끝내 눈을 감았다.
착했고, 수줍음이 많았던 조씨는 아버지에게 냉면을 사주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먼 길을 떠났다. 조씨가 안치된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장례식장에는 그의 아버지가 아들을 떠나보낼 준비를 하고 있다. 이제는 자식을 가슴에 묻겠다면서도 아들 생각만 하면 눈시울이 붉어지는 듯 했다.
조씨 아버지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아들은 착실하고 거짓말도 할 줄 모르는 아이였다”며 먹먹해했다. 그가 아들의 사고 소식을 접한 것은 사건 당일 오후 3시경이었다. 조씨의 처남으로부터 “조씨가 전화도 받지 않고 출근도 하지 않았다”는 전화가 걸려왔다고 했다. 불안한 마음이 들어 경찰에 연락했고 비보를 들었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조씨는 8년 전 서울에 올라왔다. 노가다 일을 하다가 최근 우체국 비정규직으로 채용됐다. 조씨는 한 푼이라도 아껴보고자 고시원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 아버지는 “생활이 넉넉하지 않아서 가급적 돈을 아끼려고 고시원에서 살았다”며 “아들은 돈을 모으려고 했다”고 전했다.
조씨 아버지는 “아파트를 한 채 사주든, 전세를 하나 구해주든 했어야 했는데, 나 먹고 살기도 힘들어서….”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우리 아들은 열심히 살았다. 발버둥치며 살았다”고 말했다.
그는 사고 전 날에도 통화를 했다며 아들의 죽음이 믿기지 않는 듯 황망해했다. 이들 부자가 마지막으로 얼굴을 본 것은 지난 추석때라고도 했다. 조씨는 당시 아버지에게 “다음에는 냉면과 물 국수를 꼭 사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지킬 수 없게 됐다.
그는 “부디 철저하게 조사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어느 고시원이든지 방화시설을 제대로 갖춰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