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중순 결혼식을 올린 20대 군인부부가 때늦은 신혼여행길에서 응급환자를 구조한 사연이 뒤늦게 전해져 감동을 주고 있다.
주인공은 육군 제31보병사단 의무근무대 간호부사관 이유리 중사(28·여)와 남편인 11공수특전여단 소속 윤호준 중사.
아리따운 용모의 이 중사와 다부진 체격의 윤 중사 부부는 지난 달 13일 양가 가족과 친인척, 동료 군인들의 축복 속에서 화려한 웨딩마치를 울렸다.
꿈에 부푼 신접살림을 차렸지만 각자 소속된 부대의 훈련일정 등을 고려해 곧바로 신혼여행을 떠날 수 없었다.
이들 부부는 2주후쯤인 지난 달 29일에야 때늦은 신혼여행을 위해 태국 푸켓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기내에 응급환자가 발생했습니다. 의사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어쩌면 불안한 예감이 적중했을까. 탑승객 가운데 의사가 한 명도 없었는지 다급한 기내방송은 끊이지 않고 수차례 반복해서 흘러나왔다.
이륙한 지 4~5시간여가 지났을 무렵이였다.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 한 탑승객을 구하기 위한 기내방송을 두고 이 중사 부부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응급조치를 해야 하는데. 괜히 나섰다가.....”.
이 중사 부부는 ‘태국의 제주’로 일컫는 푸켓에서 신혼여행을 즐길 수 있게 됐다는 부푼 기대감에 비행기가 푸켓 공항에 도착하기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곧바로 눈앞의 응급환자를 두고 볼 수만은 없다고 판단했다.
이 중사 부부는 괜한 고민을 접고 망설일 겨를도 없이 승무원에게 응급구조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응급환자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기내바닥에 쓰러진 여성 환자는 큰 소리를 내면서 전신에 경련을 일으키는 등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위급한 상태였다.
이 중사는 환자의 가족들에게 병력을 물었고 남편이 뇌전증 병력이 있다고 알려줬다.
이후 이 중사가 호흡을 안정시키자 의식이 조금 돌아온 환자는 “누군데 나를 만지느냐”고 한순간 날카로운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 중사는 이에 침착하게 자신의 신분을 밝힌 뒤 환자의 벗겨진 신발을 신겨주고 몸을 주무르는 등 편한 호흡을 할 수 있도록 응급조치를 계속했다.
경련이 멈추지 않는 환자가 자리로 돌아가지 못하고 화장실 앞 통로에 그대로 눕자 승무원에게 베개와 담요를 즉시 요청했다.
이 중사는 환자가 최대한 편안하게 호흡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뇌경전으로 인한 경련과 의식장애가 멈출 수 있도록 조치했다.
이 중사는 이어 “대부분 뇌전증 환자는 치료에 앞서 안정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승무원들에게 알렸고 환자도 다행히 회복되기 시작했다.
환자의 의식이 어느 정도 돌아오자 이 중사는 “환자의 안정을 위해서 좌석을 이코노미에서 비즈니스로 옮겨 주는 게 좋겠다”고 승무원들에게 요청했다.
뇌전증 경련을 일으킨 환자는 남편과 함께 푸켓 공항에 내려 치료를 받고 의식을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자의 남편 A씨는 이 중사에게 “아내의 아픈 모습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는데, 도와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며 “덕분에 아내가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고 연신 고마워했다.
때늦은 신혼여행길에서 베푼 이 중사 부부의 이 같은 선행은 항공사 측이 감사의 서신과 기념품을 부대에 보내면서 전해졌다.
이 중사와 함께 근무하고 있는 31사단 의무근무대장 김해중 소령은 “이 중사는 간호부사관으로 직무지식이 풍부하고 매우 성실하다”며 “선행으로 신혼여행을 시작한 만큼 평생 축복을 받는 결혼생활을 이어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