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이 ‘사법농단’ 사건에 대비해 형사합의부 3개를 증설했다. 향후 사법농단 사건 배당 과정에서 불거질 공정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서울중앙지법은 9일 “법원 관련 사건에서 연고관계 등에 따른 재판부 회피 또는 재배당의 경우를 대비해 형사합의부 재판장들의 의견을 듣고, 판사회의 운영위원회와 사무분담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형사합의재판부 3개를 증설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증설된 형사합의부 구성원은 현재 민사재판을 담당하고 있는 법관들로 꾸려졌다. 형사합의 34부(부장판사 송인권), 형사합의35부(부장판사 김도현), 형사합의36부(부장판사 윤종섭)다. 이로서 1심을 심리하는 형사합의부는 13개에서 16개로 늘어났다. 오는 12일자로 시행된다.
법원 관계자는 “증설되는 형사합의부는 사건 배당 관련 규정에서 정한 바에 따라 기존 형사합의부와 동일한 기준으로 사건을 배당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다음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한 기소가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검찰은 최근 차한성 전 법원행정처장을 소환조사하며 ‘윗선’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르면 올해 말 사법농단 수사가 마무리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재판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대책이 마련돼야한다는 목소리가 법원 안팎에서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현재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부 재판장 13명 중 6명이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에 근무한 이력이 있거나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돼있어 기존의 방식대로 사건을 배당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수사 초반부터 제기됐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여당은 특별재판부 설치를 해야한다는 입장이다. 박 의원이 대표 발의한 ‘특별재판부 설치를 위한 특별법’에 따르면 대한변호사협회와 판사회의, 시민사회 참여로 구성된 추천위원회가 법관 9명을 추천하면 이 중 대법원장이 3명을 임명해 사법농단 사건 하급심을 맡도록 한다.
하지만 법원은 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은 8일 국회 사법개혁특위에 출석해 특별재판부에 대해 “헌법상 근거가 없으며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재판받을 권리가 침해될 소지가 있다”고 답했다. 그는 “악을 척결하는 과정에서 법과 원칙이 무너지면 새로운 악이 나타난다”며 강하게 반대했다. 이같은 안 처장의 의견에 김명수 대법원장도 뜻을 같이했다는 답변도 내놨다.
법원의 이같은 형사재판부 증설은 특별재판부 설치 여론에 맞서 법원 자체적으로 재판의 공정성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