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차한성 전 대법관을 최근 소환조사했다. 차 전 대법관은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지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차 전 대법관을 시작으로 검찰의 윗선 수사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장이었던 차 전 대법관을 7일 소환조사했다고 9일 밝혔다. 차 전 대법관은 직권남용 혐의 피의자 신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에 착수한 이래 전직 대법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한 것은 처음이다.
차 전 대법관은 일본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의도적으로 지연시키는 등 ‘재판거래’한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법원행정처장으로 있던 2013년 12월 1일 김기춘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 공관을 찾아 김 전 비서실장, 윤병세 외교부 장관 등과 소송 지연을 논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일관계가 악화되지 않도록 소송을 지연시키고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일본기업들의 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방향으로 판결을 내려달라는 청와대의 요구를 받고 차 전 대법관이 이 요구를 양 전 대법원장에게 전달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차 전 대법관 외에 수사선상에 오른 ‘윗선’으로는 고영한·박병대 전 대법관 등이 있다. 앞서 검찰은 9월 차 전 대법관과 박 전 대법관의 사무실, 고 전 대법관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한 바 있다.
차 전 대법관을 불러 조사한만큼 후임 행정처장이었던 이들에 대한 소환조사도 조만간 이뤄질 전망이다. 양 전 대법원장 소환 역시 이르면 이달 안에 이뤄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