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9일 오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보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지난 6일 실시된 미국 중간선거 결과를 분석했다. 또 선거 결과가 미국의 대외정책에 미칠 영향도 함께 논의했다.
NSC 상임위는 매주 목요일 오후에 정례적으로 열린다. 다만 미국 중간선거 결과가 확정되는 시점을 고려해 이날 오전으로 미뤄졌다.
상임위는 미 의회가 그동안 긴밀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을 초당적으로 지지해왔다는 점을 평가했다. 이에 따라 새로 구성된 미 의회와도 기존 관계가 지속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
상임위는 또 북·미 고위급 회담이 조기에 재개 돼 북·미 대화의 모멘텀이 지속될 수 있도록 한·미 간에 긴밀한 협력을 해나가기로 했다. 이날 회의에는 강경화 외교부장관, 조명래 통일부장관, 정경두 국방부장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이상철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 남관표 2차장 등이 참석했다.
청와대는 당초 미국 중간선거 결과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속한 공화당의 승패에 따라 비핵화 타임테이블이 요동칠 수 있어서다.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8년 만에 하원 다수당이 되고, 공화당의 의회 독점이 무너지면서 북·미 대화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집권 하반기 국정운영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당초 청와대는 공화당이 선거에서 이긴다면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했다. 내년으로 예정된 2차 북·미 회담도 연내로 당겨질 수 있다고 봤다. 그러나 공화당이 하원을 민주당에게 내주면서 비핵화 시간표가 늦춰질 가능성이 커졌다.
북·미 협상은 정상 간 담판으로 가닥을 잡고 실무선에서 빈틈을 채워나가는 ‘톱다운(Top down)’ 방식으로 진행돼 왔다. 진행 속도는 빠르지만 협상 당사자인 양 정상이 정치적 위기에 빠질 경우 협상도 난항을 겪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도 미국 내 반대를 무릅쓰고 북·미 대화를 이어가기 부담스러워진다. ‘제재 완화’를 주장하는 북한과 ‘핵 폐기 검증’으로 맞서는 미국 간 대화가 정상 간 통 큰 합의로 풀리는 대신 실무자 선에서 장기화될 가능성이 큰 셈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문제를 반전 카드로 사용할 수도 있다.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이 애초 중간선거가 아닌 차기 대선을 노리고 2차 북·미 정상회담 시기를 예상보다 늦춘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에서 패배하더라도 북·미 회담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미국 방문 등을 통해 분위기 반전을 꾀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