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리지 않는 北·美… “北 제재 완화 未제공에 정말 화나” “美 검토 요청에 대북인도지원 지연”

입력 2018-11-09 10:05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지난 7월 북한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북·미 고위급회담이 미뤄진 가운데 비핵화와 제재 완화 사이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양측 관계가 좀처럼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 CNN 방송은 8일(현지시간) 북·미 협상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은 미국이 제재 완화 조치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고 있는 것에 정말로 화난 상태가 되어 가고 있다. 자신들이 추가 조치를 하기 전에 미국이 먼저 움직여야 한다는 게 북측의 입장”이라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CNN는 정부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북한이 미국 중간선거 당일인 6일(현지시간) 회담 연기를 위한 전화를 걸어왔다고 전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전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측으로부터 연기하자는 통보를 받았다고 미국이 우리에게 설명해줬다. 미국은 북으로부터 '서로 일정이 분주하니 연기하자'는 설명이 있었다는 것을 저희에게 알려왔다”고 밝힌 바 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대북 인도주의 관련 단체나 기관들이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위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제기한 제재면제 요청의 승인이 수개월간 지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미국이 검토할 시간을 달라고 요청해 지연됐다”고 밝혔다.

반면, 북한은 9일 선전매체를 동원해 한·미 협력 사안에 대해 비난을 쏟아냈다. 북한의 대남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이날 한·미 워킹그룹과 관련해 “북남 협력 사업들에 나서지 못하게 항시적으로 견제하고 제동을 걸며 저들의 비위에 거슬리면 아무 때나 파탄시키려는 미국의 흉심이 깔려 있다. 북남관계 개선 움직임에 대해 대양 건너에서 사사건건 걸고 들며 훈시하다 못해 이제는 직접 현지에서 감시하고 통제하는 기구까지 만들겠다는 미국의 오만한 행태”라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은 지금처럼 북남관계에 빗장을 질러대며 간섭과 전횡을 일삼는다면 대중적인 반미기운을 더욱 고조시키는 결과밖에 가져올 것이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 매체는 그러면서 “문제는 미국의 오만무례하고 날강도적인 행위에 맹종맹동하여 스스로 예속의 굴레를 더 깊숙이 뒤집어쓰고 있는 남조선 당국의 수치스러운 처사다. 남조선 당국이 진실로 북남관계의 역사를 새롭게 써나가려는 의지가 있다면 미국의 눈치를 볼 것이 아니라 민족자주의 원칙에서 북남공동선언들을 철저히 이행해나가야 한다”며 남측을 압박하기도 했다.

다른 선전매체인 ‘메아리’는 한·미해병대연합훈련(KMEP)에 대해 “남조선 군부 호전광들이 이제는 아예 ‘정례훈련’이라는 간판 밑에 ‘한·미해병대연합훈련’을 강행해대고 있다”며 “이는 북남사이의 군사합의서에 배치되고 평화와 번영을 지향해나가고 있는 조선반도정세를 엄중히 위협하는 시대착오적인 군사적 움직임”이라고 비판했다. KMEP는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한 남북 및 북미 대화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연기됐다가 6개월 만에 재개된 연합훈련이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