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커와 결탁해 운전면허 필기시험과 기능시험 조작, 도로주행 성적 조작 등으로 운전면허증 불법 발급을 도운 시험감독관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2013년 4월부터 2018년 2월까지 운전면허가 필요한 이들에게 돈을 받고 부정한 방법으로 면허를 발급받게 해준 시험감독관 10명과 브로커 및 부정응시자 등 51명을 검거했다고 8일 밝혔다. 경찰은 이들 중 운전면허 시험감독관 한모(55)씨와 브로커 박모(63)씨를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학과 필기시험부터 기능시험, 도로주행시험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 불법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에서 한국으로 귀화한 A씨는 학과 필기시험에서 9번이나 떨어지자 한씨를 통해 문맹인으로 등록한 뒤 시험에 응시해 합격했다. 문맹인으로 시험을 볼 경우 시험시간도 일반인의 2배인 80분이 주어지고 시험장에 입실할 때 별도로 이를 확인하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씨 등은 근무 중이 아님에도 시험감독관으로 들어가 대부분의 응시자가 퇴실하면 남은 시간 돈을 받은 응시생들의 오답을 수정하거나 답을 알려주는 식으로 부정 시험을 도왔다.
기능시험에서는 안전요원이 시험코스를 점검하기 위해 돌 때 전산시스템을 몰래 작동해 부정 응시생들이 직접 시험을 친 것처럼 조작했다. 도로주행시험에서는 57개의 평가 항목 중 신호위반, 중앙선 침범 등 주관적으로 평가받는 수기 항목에 대해 감점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응시생들의 합격을 도왔다.
경찰은 무허가 운전면허 교습소를 운영하다 적발된 박씨가 평소 알고 지내던 시험감독관 한씨에게 교습했던 학생들을 소개시켜주면서 돈이 오갔고 이 과정에서 부정 청탁이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이 응시생들로부터 받은 돈은 1340만원 정도로 브로커인 박씨가 740만원, 한씨는 600만원을 각각 나누어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응시생들은 이들에게 적게는 5만원에서 많게는 400만원까지 주며 면허증을 딸 수 있게 도와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밝혀졌다.
부정 청탁한 응시생 모두 합격해 면허증을 발급 받았다. 이 중 박모(48)씨의 경우 1종 보통·대형·2종 소형면허까지 3개의 면허를 차례대로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모두 불구속됐다.
서울 용산경찰서 이대우 지능팀장은 “부정한 방법으로 돈을 주고 면허를 취득하게 되면 무조건 면허가 취소됨과 동시에 앞으로 2년간 시험에 응시할 수 없다”면서 “형사처벌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