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포장도로를 달리는 ‘평화버스’
대한민국 남·북 평화의 온도로 뜨겁다. 4·27 판문점 선언으로 한반도 평화의 가능성을 국제사회에 비쳤다. 9.19 평양회담으로는 휴전 65년의 참혹한 전쟁의 역사를 종식시킬 수 있는 ‘종전선언’ 시대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한반도 평화의 길목은 비포장도로를 달리고 있는 무정차 ‘평화버스’를 기다리는 것 같은 모양새다. 대통령과 여당(野黨)은 평화의 길목을 향하는 도로를 달리면서 국제사회를 향해 ‘북한제제’ 완화를 호소하고, 종전선언과 남북 평화 온도를 올리려는 평양공동선언 비준 가속화 폐달을 밟고 있다. 평화버스에 탑승하고 있는 한·미·중·북의 비핵화 온도 차이로 도착시간표는 안개 속을 달리고 있다.
평화버스의 과속을 우려하는 미국정부는 9·19 평양회담의 ‘남북정상합의문’에 비핵화라는 거대 우산 속에 포함 된 남북 군사적 긴장완화, 남북경협, 이산가족 등의 문제를 풀어가는 한국정부와 다르게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 이행 후 대북경제완화 속도를 따라가고 있다. 문대통령 유럽 순방으로 비쳐진 유럽(EU)사회도 ‘완전하고 검증된 비핵화’ 전에는 대북제재 완화 무단행단이 통용될 수 없다며 제재 고삐를 바짝 당기고 있다. 완전한 비핵화라는 세계 공동전선 우산에 가려진 남북평화의 단계인 종선선언을 바라보는 미국과 세계의 시선은 평화버스 연료탱크를 얼마나 버티게 할지 미지수다. 야당의 정치 무대도 핵과 안보를 둘러싼 정치논쟁과 이념갈등으로 안보를 무장해제하고 한미 동맹 연료를 충분히 채우지 않고 달리는 평화버스의 고장과 우려를 나타내고 있고, 한편으로는 안전한 한반도 평화의 희망을 기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립극단이 이성열 연출로 J.T 로저스 작 <오슬로>(10.12~11.4일까지)를 명동예술극장에서 올렸다. 대한민국 남북평화의 연료를 넣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의 1993년 오슬로 평화협정 체결까지를 다루고 있다. 비공식채널들이 움직이는 협정체결의 긴장감은 남북평화의 길목을 마주시키며 유료 관객 80%를 넘겼다. 이성열 연출은 지난해 11월 국립극단 예술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2018년 하반기 국립극단 해외신작 <오슬로>를 이례적으로 연출해 관심을 모았다.
평화의 길목을 환기하는 연극 <오슬로>
연극 오슬로는 2016년 뉴욕 오프브로드웨이에서 초연을 한 후 토니상을 비롯해 뉴욕 드라마비평가협회상 등을 휩쓸며 미국과 영국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은 작품이다. 초연 2년 만에 평화를 달고 한국사회로 날아왔다. 작가는 르완나 대학살, 아프카니스탄 사태 등 치유되지 않고 있는 세계 정치의 현장과 이면(裏面)을 담아오고 있다. 미국의 중재로 ‘중동 봄’을 이끈 1993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의 오슬로평화협정을 이끄는데 노르웨이 부부가 비밀협상을 주도하는 내용이다. 1993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LO)의장인 야세르 아라파트와 이스라엘 총리 이츠하크 라빈 그리고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이 중동평화협정을 체결하기까지 실제 이야기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국제외교 정치사의 뒷얘기를 담아내고 있다.
연극을 몰고 가는 8할은 평화협정 체결 실제이야기를 극적인 긴장감으로 팽팽하게 몰고 가는 희곡의 골격이다. 2할은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런던, 미국 등 시공간을 넘나들며 평화협상을 위한 극중 인물들이 ‘예루살렘’ 탈환을 두고 벌이는 평화 협상 이야기의 긴장감이다. 평화를 공감하면서도 국가의 이익을 위해 물러설 수 없는 한판의 정치적 승부수를 작품으로 바라보는 협상 반전의 극적 재미는 쏠쏠하다. 남북평화의 손익 계산서를 각자 손으로 쥐고 있는 국내 여·야 정치권 갈등을 떠 올리게 하고, 남북평화정국을 둘러싸고 있는 해법과 비핵화를 놓고 풀어가는 세계의 시선을 달고 몰입의 볼륨을 높였다.
우선 무대 이야기부터 하자. 무대(이태섭)는 방대한 서사 구조가 한 공간 안에서 빠른 장면전환을 통해 느슨해 지지 않도록 무대는 면이 분할된 백색 삼면 무대구조로 되어 있다. 60개에 이르는 극중 장면에 따라 분할되거나 연결되면서 분열과 갈등, 분쟁국가의 상징을 흡수한다. 장면에 따라 삼면으로 영상을 투사시키며 세계정치사의 사건들을 설명하는 기능을 한다. 공간내부는 장면에 따라 대도구와 삼면무대를 밀고 당기며 시공간 전환을 입체감 있게 유도한다. 벽체는 ‘통곡의 벽’에 막혀 있는 종교분쟁과 갈등, 영토분열의 상징적 이미지를 그려내며 비핵화 정국과 남북평화를 둘러싸고 있는 국내외 정치적 갈등과 풍경을 연상시킨다. ‘중동평화협정’을 두고 회담의 주역들이 조율해 나가는 비밀회담의 극적 장면들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해방기구의 결정권자들이 막 뒤에 가려져 협정체결을 움직이는 심리적 대립은 생동감을 더하며 인터미션을 포함해 180분 동안 적절한 긴장감을 배합한다.
평화 협상을 위한 ‘점진적 모델’과 승부의 게임
연극 오슬로를 몰고 가는 것은 노르웨이 정부(외무부) 산하 응용사회과학 연구소 소장 티에뷰(손상규 분)과 노르웨이 외교부 직원인 모나(전미노 분)로 두 사람은 부부다. 1993년 오슬로 평화 협정을 공식테이블로 이끌어내기 위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 사이에 비공식 비밀채널을 가동해 막전막후에서 비밀협상을 이끌어내는 인물이다. 당시 중동 평화는 미국이 견인해 오고 있었다. 그러나 평화속도는 미국 외교만으로 역부족 이었다. 연극 오슬로는 1992년 4월부터 이듬해 9월까지로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이스라엘 라빈 총리,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 의장 아라파트, 빌 클린턴 미 대통령과 중동평화의 상징인 오슬로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장면까지 연결한다.
모나는 장면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며 협상테이블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도 하고 비공식 평화협정체결에 개입하고 있는 티에유를 움직이며 평화를 둘러싼 협상의 외교전을 펼친다. 때로는 극의 해설까지 더해 작품의 이해를 돕는 역할까지 한다. 마치 1993년 체결된 오슬로 협정의 비밀채널들이 정부의 막 뒤편에서 숨 막히는 외교전과 노르웨이, 런던, 팔레스타인, 이스라엘, 독일 등으로 이동하며 평화테이블을 견인해가는 장면은 국제정치무대에서 국가의 이익을 두고 벌이는 치열한 외교승부의 게임을 펼치는 장면들이다. 방대한 실제이야기와 상상으로 채워진 장면들은 두툼한 세계정치사를 안내하는 책을 읽어 내려간다.
벽면으로 투사되는 영상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유혈사태로 치닫는 화염의 분쟁과 테러장면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간다. 아라파트 의장, 라빈총리, 오슬로 평화협정 체결의 중요장면을 삽입하고 익숙한 남북평화의 장면들을 채워 넣고 대한민국 평화의 길목을 연결한다. ‘중동평화의 봄’은 여전히 화약을 안고 있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이 체결한 1993년 점화된 평화협정 후에도 이스라엘 극우세력의 테러로 보이는 라빈총리의 죽음과 예루살렘을 탈환하기 위한 영토분쟁은 가자지구를 죽음의 도시로 ‘통곡의 벽’은 침묵으로 눈물을 지키고 있다. 트럼프는 중동평화에 기름을 부었다.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면서 구약성경 시대를 거쳐 수천 년 이어져온 영토분쟁의 갈등은 재 점화된 전류가 감돌고 있다.
연극은 노르웨이 외무부 장관인 홀스트(민병욱 분)와 그의 아내이자 티에유와 연구소 직원인 마리안느(김수아 분)와 모나가 모여 있는 오슬로의 한 고급 아파트의 공간으로 시작된다. 평화의 점화는 티에유가 이착 라빈이 이스라엘 총리가 되기 6개월 전에 그를 만난 얘기를 쏟아낸다. 홀스트를 향해 중립국인 노르웨이가 팔레스타인 해방기구와 이스라엘의 평화협정 체결을 추진을 제안한다. 미국도 해결할 수 없는 평화협정 체결을 정부가 나서서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맞서면서 무대를 채우는 전화벨소리가 울린다. 두 사람은(모나와 티에유)는 전화통을 잡고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이스라엘 비공식 채널들과 비밀통화를 하고 평화체결 비밀협상을 주선하고 있다는 말에 연극은 두 사람이 개입하고 있는 평화협정 비밀회담 얘기가 그려진다.
티에유가 평화협정을 이끄는 이론모델은 그가 연구한 ‘점진적 모델’방식으로 접근한다. ‘오슬로평화협정체결’ 막 뒤에서 민간이 협상을 주도하고 조율한 것은 두 사람이 이 방식을 적용해 가며 평화회담을 성공시켜가는 것으로 전개된다. 모나와 티에유는 극중 강의장면으로 차용해 이 모델의 이해를 돕는다. 두 사람의 설명은 이렇다. 기존 국가의 외교협상방식은 ‘포괄주의’를 따른다는 것이다. 외교협상의 이슈들을 협상 당사자들이 동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협상을 묶음으로 올려놓고 진행하는 방식이다. 철저한 국가이익을 계산한다. ‘점진적 평화협상 모델’은 토론을 통해 이슈를 해결하고 그 과정에서 구축된 상호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협상을 이어가는 방식이다. 외교의 신뢰와 인간관계를 우선으로 한다는 점이 다르다. 연극<오슬로>는 티에유의 협상 방식에 따라 점진적 모델 연구를 실험 하듯 중동평화로 가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영토분쟁의 드라마는 파편화되어 서사극 구조를 이룬다. 장면은 시공간을 넘나들며 티에유와 모나가 극에 적극 개입해 성공사례 연구논문을 발표하듯 오슬로평화체결을 견인했던 점진적 모델 적용방식으로 평화의 조각을 맞춰간다.
가자지구 현장과 예루살렘 탈환을 위한 영토전쟁 그리고 평화 협정
두 사람이 평화협정 체결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다. 인간의 신뢰와 관계를 바탕으로 평화 해법을 풀어가는 점진적 모델 연구를 하게된 것은 예루살렘 텔 아이브로 여행을 하면서다. 가자지구 UN클럽에서 이스라엘 정부 관계자의 만남과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유혈사태와 죽음, 영토를 탈환하기 위한 들끊는 분노의 현장을 목격한 뒤로다. 죽음의 화염으로 뒤덮여진 가자지구는 극단적 갈등으로 분열되고 있고 영토의 경계선에서 바라봤던 두 사람의 시선이 쏟아지면서 장면은 UN클럽에서 만난 이스라엘 외무부 차관 베일린(김정환 분)의 얘기가 곁들여 진다. 베일린은 가자지구에서 일어나는 반 이스라엘 유혈 사태로 죽어나가는 정착민 문제를 얘기하고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를 국가로 인정할 수 없는 상태에서 정부가 공식적으로 나서 평화문제를 주도할 수 없다며 비밀채널과 연결해 협상테이블을 만드는 제안을 한다.
모나와 티에유는 이스라엘 측과 팔레스타인 해방기구 인사들을 접촉하며 중동평화를 협상테이블로 유도한다. 1막까지는 비공식 평화협정 테이블이 공식채널로 전환되는 과정이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정치적 갈등과 양보할 수 없는 예루살렘과 가자지구의 통치 문제, 죽음의 경계선이 된 가자지구의 유혈사태와 걸프전쟁, 중동문제 등이 다뤄진다. 베일린과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의 재무장관인 쿠리에(김정호 분), 랍비인 하이퍼 대학에 경제학과 교수인 론 푼갇(이호철 분)과 노르웨이, 이스라엘, 팔레스타인의 외교관계자들이 비밀회담을 연결하고, 막후에는 양국이 중동평화를 견인하기 위해 정부채널들이 비공식으로 움직이고 가동된다. 미국채널을 뒤로하고 비밀리에 전개되는 평화협정 체결들은 비밀회담의 테이블에서 쏟아낸 협정체결의 내용들이 공식문서로 좁혀지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연구실험을 진행하고 있는 티에유와 모나는 비공식 인물들이 평화협정체결의 초안을 성공적으로 이륙시키고 있는 진행방식에 탱고를 추며 1막을 전환하고, 2막부터는 팔레스타인의 자치구역에 예루살렘을 포함시키는 문제와 자자지구의 통치권을 팔레스타인으로 넘기는 협상문제가 테이블로 넘어오면서 극은 양보 없는 협상의 긴장감을 형성한다. 이스라엘 외무부 법률자문인 요엘싱어는(정승길 분)가 등장하면서 평화협상은 공식채널로 전환되고 협상은 반전을 거듭한다. 팔레스타인 정부인사 쿠리에를 상대로 비공식 채널들의 협상초안에 들어 있는 의문점 200개를 들고 재협상을 벌이는 장면은 국가의 이익과 예루살렘의 탈환을 놓고 벌이는 영토분쟁의 갈등과 인간의 고뇌를 마주하게 한다.
제 3세계 한 호텔에서 진행되는 비밀회담은 두 국가가 합법적인 국가로 서명하기 위한 치열한 줄다리기다. 가자지구의 통치권, 유혈사태와 전쟁 문제 등이 쏟아지면서 양국의 갈등은 이스라엘측이 정부를 끌어내기 위한 아라파트의 음모라는 판단으로 협상은 원점으로 돌아가고 협상테이블은 공식 채널들의 2라운드가 된다.
무대는 영상으로 이스라엘이 남부 레바논에 자리 잡고 있었던 반이스라엘 무장세력 헤즈볼라를 향한 전면전으로 채워지고 보복으로 이스라엘 민간인들이 죽은 내용들이 투사되어 화염의 분쟁지대를 조명한다. 재협상으로 이어지는 테이블에 올라온 것은 예루살렘을 탈환과 국가로서의 인정이다. 쿠리에는 예루살렘을 양측 수도로 인정하고,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영토점령을 비판하고 있는 UN결의안 242, 338 내용을 협상문서에 포함시키는 말을 꺼내지만 이스라엘 외무부 국장(최지훈 분)과 요엘 싱어는 거부한다. 꺼질 것 같은 협상을 점화시키는 것은 티에유와 모나다. 막후에 협상 중계자로 끼어들고 이스라엘 외무부 장관인 페레스(강진휘 분)가 등장하면서 협상 분위기는 전환된다. 양국의 대표주자로 나서는 팔레스와 아라파트(PLO)의장의 심정이 전화로 연결되고 평화협정 체결 문서가 완성되어 간다.
팔레스는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를 팔레스타인 인민의 공식적인 목소리라는 것을 인정하고 아라파트의 의장은 쿠리에를 통해 이스라엘 국가의 합법적 지위를 받아들인다. 마지막 남은 협상 단계는 예루살렘 문제다. 그러나 협상 최종 단계에서 예루살렘의 미래에 관한 사항이 다루어 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면서 장면은 1993년(9월13일) 위싱턴 DC 백악관으로 전환된다. 무대는 당시 로즈가든에서 열린 평화 중동평화 협정체결의 기록영상들이 투사되고 극중 인물들은 1993년 이후부터 오늘날까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분쟁의 정치사와 평화협정체결을 이끈 실제 인물들과 이후에 일어난 사건들을 연도별로 전달하고 티에유는 관객을 향해 “우리가 피와 공포와 증오를 모두 통과해서 이렇게 멀리까지 온 거라며 앞으로 얼마나 더 나아갈 수 있겠어요? 저기! 지평선 보여요? 보여요?” 티에유 대사는 평화의 길목을 환기 시키며 종전선언과 평화를 안고 달리는 대한민국 평화버스에 시선을 보낸다.
연극 <오슬로>와 평화해법
역사의 사건은 극적인 긴장감이 있어 몰입을 높일 수밖에 없다. 여기에 1993년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협정 체결까지의 과거의 시간여행을 떠나며 무대를 통해 읽어간 기분이다. 방대한 오슬로협정 체결 뒷얘기는 점진적 모델에 따라 평화를 안착시키기 위해 비밀 회담을 연결하고, 막후에는 정부채널들이 움직이고 가동되는 장면들은 남북관계의 평화 해법을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진지한 질문을 던진다. 한국사회가 풀어야 할 숙제들이다. 비핵화와 종전선언 그리고 북한의 경제 제재 완화를 놓고 정치적인 함수관계를 풀기위해 비공식채널들이 막전 비밀 외교전을 펼치는 것과 같다. 평화와 영토, 예루살렘 탈환을 놓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벌이는 승부수와 협상과정은 남북의 판문점 선언과 9월 평양회담에서 돌출해낸 비핵화와 군사적 긴장 완화 조치, 철도·도로 구축 등 남북경제협력이 포함된 ‘평양공동선언’과 대한민국 평화의 무대를 환기시킨다.
정부의 평화버스를 타고 달리는 남북평화, 종전선언, 비핵화, 경제완화는 언제 정류소에 내리게 될지 모르는 일이다. 평양공동선언을 완결하기 위해 들어가는 막대한 국가 예산을 풀고 안보를 느슨하게 조여매고 달리는 완전한 비핵화 없는 평화해법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야권 공격도 거세지고 있다. 세계는 남북 평화와 전쟁의 긴장감이 없는 한반도를 원한다. 판문점과 평양을 지나 서울을 돌고 세계무대로 달려가고 있는 대한민국 평화버스를 바라보는 시선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안보를 무장해제하고 평화버튼을 누르며 속도위반을 경고하는 소리와 미국에서 제조한 엔진을 달고 달리는 평화버스가 비포장도로에 몇 번을 부딪치고 정차할지 모른다. 세계정치가 생물처럼 움직이는 것처럼,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예측하기 힘들다. 국내 정치적 이념과 갈등을 넘어 국제외교무대에서 함수관계를 풀고, 핵과 총구의 화염이 없는 안전한 나라에서 살고 싶은 것은 국민의 희망이다. 이점 점에서 연극 <오슬로>는 남북의 평화의 길목으로 가는 시점에 평화를 공감하게 하고 평화해법 메시지가 시선을 고정시키는 역할을 했다.
연극 오슬로는 희곡을 듣게 하는 데는 성공했다. 그러나 템포감 있는 전개와 전환의 긴장감을 높이기 위해 한 공간을 다층적으로 분할해 공간을 활용한 것은 이야기를 듣게 하는 데는 효율적이었지만, 연극을 입체감 있게 풀어내는 데는 아쉽다. 일부 배우들 연기도 명동예술극장 무대를 지탱하지 못했고, 부분적인 대사들은 일상 극처럼 처리되어 긴장감들을 느슨하게 했다. 민간극단에 비해 풍족한 제작예산과 기량 있는 배우들을 선택적으로 기용할 수 있는 국립극단이 들려주는 <오슬로>는 이야기의 강렬함 보다는 무대 울림은 작았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협정 체결의 공감을 현 시점에서 풀어낸 기획과 이성열 예술 감독이 국립극단 체질에 맞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은 작품을 기대하게 만든다.
대경대학교 연극영화과 교수(연극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