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최근 미·중 무역전쟁이 심화될 양상을 보이면서 수출 감소·투자심리 위축 등 내년도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은행이 8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이 내년 1월 1일부터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10%에서 25%로 상향 조정하면 우리 수출은 0.3~0.5% 정도 감소될 전망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수출 감소가 예상되는 이유는 세 나라 간 얽혀있는 무역 경로에 있다. 미국과 중국은 세계교역의 22.7%를 차지하는 경제 대국인 동시에 우리나라의 주요 교역국들이다. 중국은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24.8%, 미국은 12%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대중 수출품목 중 대부분(78.9%)은 중간재이고 중국은 수입한 중간재 중 28.7%를 수출용으로 사용한다. 중국의 대미 수출 비중이 18.9%인 것을 고려하면 양국의 교역 위축에 우리 경제는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말처럼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경제주체의 심리 악화가 관세부과 조치보다 세계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더 큰 것으로 추정했다. 우리 경제도 예외일 수는 없다. 무역 분쟁으로 인한 수출 감소는 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인다. 자연스럽게 가계, 기업 등의 경제 주체들의 소비 및 투자심리는 위축된다. 양국의 무역갈등이 우리경제는 물론 글로벌 경기둔화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다행히 한국은행은 양국 간 관세부과 조치는 발효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직까지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무역분쟁 관련 불확실성은 당분간 지속될 예정이다. 미국 내 대중 통상정책이 자국 내 특정 산업 보호, 외국인투자 유도 등 다양한 목적을 가지고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우리 경제의 높은 무역 의존도를 감안할 때 미·중 무역갈등이 세계 경기둔화로 이어질 경우 피해 규모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글로벌 통상여건 변화를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태환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