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계약선수(FA)의 ‘4년 80억원’ 상한제 연내 도입이 물건너갔다.
그러나 KBO와 10개 구단이 내년 조건 변경을 통해 다시 꺼내들 가능성은 여전히 살아있다. 논의 중단은 지난 9월 상한제 카드를 꺼낸 바람에 논의 시간이 부족했고, 급작스런 추진에 따른 반대 여론에 밀렸기 때문이다. 물론 실정법 저촉 가능성이 제기된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10개 구단 모두 경영구조 개선을 위해 FA 상한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인식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몸값 과열 현상과 한국프로야구의 위기를 바라보는 근본 인식부터 잘못됐다는 지적이 많다.
우선 올해 관중 감소가 과연 일시적인가에서부터 고민을 시작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관중은 840만688명이 경기장을 찾았다. 그러나 올해는 807만 3742명이 경기를 관람했다. 3.9%인 32만6946명이 경기장을 덜 찾아왔다. 몸값 과열을 고민할 게 아니라 팬 감소를 고민할 때가 된 것이다.
아시안게임 대표팀 선발과정에서의 병역 특례 문제는 관중 감소에 일조했다. 특히 아시안게임에서 보여준 일부 선수들의 경기력은 몸값 거품 논란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타고투저 현상은 몇년째 계속됐다. 이런 식이라면 내년에는 800만 관중 시대가 붕괴될 수도 있다.
지금 우선 고민해야할 대목은 리그의 질적 저하다. 질적 향상이 없다면 관중들은 점점 더 KBO리그 경기를 외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기량이 좋은 선수들의 공급이 원할해야 하는 게 무엇보다 절실하다.
이미 여러가지 방안들이 제시돼 있다. KBO와 10개 구단이 협상안에 제시한 대로 FA 자격 연한 축소는 반드시 필요하다. FA 선수 등급제를 통한 선수 교류 확대는 리그 평준화에도 도움이 된다. 미국은 6년, 일본은 8년이다. 단계적으로 고졸과 대졸 구분 없이 미국 메이저리그 수준으로 낮춰 간다면 질 좋은 선수의 교류가 활발해질 수 있다. 질 좋은 선수 다수가 시장에 나오는만큼 특정 선수에게 막대한 돈이 몰리는 현상을 줄일 수 있다.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외국인 선수 보유 제한을 푸는 것이다. 일거에 풀수는 없지만 3명 보유, 2명 출전으로 되어 있는 제한을 4명 보유, 3명 출전으로 완화한다면, 부족한 부분을 메꾸기 위해 FA 선수에게 막대한 돈을 지급하는 일을 줄일 수 있다. 장기적으론 외국인 선수 보유 제한 규정을 없애, 값싼 외국인 선수들을 많이 데려와 육성한 뒤 1군 리그에 도입하는 방안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물론 KBO와 10개 구단이 먼저 선수 연봉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갖가지 장치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이면 계약과 옵션을 통한 다운 계약서 작성이 횡행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몸값 거품의 원인은 선수가 아닌 성적 지상주의에 빠져 있는 구단에 있음을 스스로 인정해야 한다. 투명성이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내년에 또다시 일방적으로 FA 연봉 상한제를 밀어붙인다면 여론의 반발에 또다시 부딪힐 수 있을 것이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