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함께 사라졌던 모녀는 끝내 뿔뿔이 흩어져 사망한 채 발견됐다. 실종장소를 기준으로 엄마는 동쪽, 세 살 난 딸은 서쪽에 잠들어있었다.
8일 제주해양경찰서 등에 따르면 7일 오후 6시39분쯤 제주항 7부두 방파제 테트라포드 사이에서 30대 여성으로 추정되는 시신 한 구가 발견됐다. 머리카락이 길었고 짙은 남색 꽃무늬 상의에 검은 레깅스를 신고 있었다. 지문 감정 결과 4일 제주시 애월읍 신엄리 해안 갯바위에서 숨진 채 발견된 여아의 엄마(33)로 확인됐다.
앞서 3살 난 여아 시신이 발견됐다. 조사 결과 아이는 지난달 31일 엄마와 함께 제주도로 왔지만 홀로 숨져있었다. 아이가 왜 찬 바다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는지 사건을 풀 수 있는 단서를 찾기 위해서는 엄마가 필요했다. 경찰은 엄마의 행방을 찾는데 수사력을 모았다.
이들 모녀의 행적이 마지막으로 확인된 것은 지난 2일 오전 2시가 넘은 시각이다. 용담동 해안도로에서 바닷가 쪽으로 난 계단 아래로 엄마와 딸이 함께 내려가는 모습이 잡혔다. 다시 도로 위로 올라오는 모습은 확인되지 않았다. 시간상 관광을 목적으로 외출을 했다기에는 석연찮은 부분이다. 따라서 해경은 이 부근에서 모녀가 사망해 표류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엄마는 딸의 시신이 발견된 지 3일 만에 끝내 주검으로 발견됐다. 하지만 위치가 이상했다. 이들 모녀가 마지막으로 모습을 드러냈던 해안도로를 기준으로 딸의 시신은 서쪽 방향 직선거리로 15㎞가량 떨어진 제주시 애월읍 신엄리 해안 갯바위에서 발견됐지만 엄마는 동쪽 방향 직선거리로 약 5㎞ 떨어진 제주항 7부두 하얀 등대 방파제 부근에 있었다. 같은 장소에서 함께 사라진 모녀가 정반대 방향에서 발견된 것이다.
이 사실을 접한 이들은 의문을 품었다. 범죄 연루 가능성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었다.
해경에 따르면 해상사고 실종자가 사고 추정지점과 상당히 떨어진 지점에서 발견되는 일은 이례적인 상황이 아니다. 앞서 추자도에서 실종된 시신이 제주시 북쪽 용두암에서 발견된 적있다. 또 제주도 최남단 마라도에서 자취를 감춘 이가 동쪽 우도에서 시신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지난 8월에 제주시 구좌읍 세화포구에서 실종된 30대 여성 시신 역시 제주도 섬 반대편인 서귀포시 가파도 해상에서 발견된 사건도 있었다.
해경 관계자는 “시신이 정반대 방향으로 충분히 떠내려갔을 수 있다”라며 “조류나 해류 흐름 등에 따라 시신이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고 전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