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문제와 정답을 유출한 혐의로 구속된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의 쌍둥이 딸이 학교에 자퇴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교육청은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고 결론이 난 게 아니므로 쌍둥이의 자퇴를 유보하자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8일 서울시교육청과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아버지로부터 학교 시험문제를 사전에 받은 의혹을 받는 숙명여고 쌍둥이 자매는 지난달 31일 학교에 자퇴 의사를 밝혔고, 다음날인 1일 학교에 자퇴 신청서를 제출했다. 숙명여고 학교 관계자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경찰 조사를 받으며 쌍둥이 자매 2명 모두 정신과 치료를 받을 정도로 스트레스와 우울감이 심해 학교에 다닐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자퇴하면 바로 다른 학교로 편입이 가능하다. 또 기존 학교에서 받은 성적도 유효하다. 이런 이유로 일부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쌍둥이의 자퇴 처리가 바로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숙명여고 측에서 쌍둥이가 자퇴를 원하면 받아줘도 되느냐는 문의가 왔다”며 “추후 퇴학 등의 조처가 내려질 수 있으므로 수사 결과를 지켜보자고 권고했다”고 밝혔다.
쌍둥이의 아버지인 A씨는 6일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임민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사실에 대한 소명이 있고, 범행의 특성·피의자와 공범과의 관계·수집된 증거자료 및 수사 결과에 비춰볼 때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고, 구속의 상당성도 인정된다”며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은 A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일부 과목의 시험문제 정답이 적힌 메모를 발견했고, 쌍둥이 중 동생의 휴대전화를 디지털 포렌식한 결과 영어시험에 실제로 나온 문제 중 일부의 답이 메모에 따로 적혀 있던 것을 확인했다. A씨가 2학년 1학기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직전에 시험지가 보관된 금고 주변에서 야근했고, 문제 유출 의혹이 불거진 이후 자택 컴퓨터를 교체한 정황까지 경찰 조사에서 확인됐다.
그러나 A씨의 변호인은 구속 영장실질심사가 끝나고 “시험 직전 야근하면서 시험지가 든 금고를 열어본 것은 맞다”면서도 “이는 결재되지 않은 과목의 시험지를 추가 보관하기 위해 연 것이었고, 해당 과목 선생님도 같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또 “A씨에게 ‘자백하시면 아이들은 기소도 안 되고 조사도 받지 않을 수 있다’고 말씀드렸지만 ‘너무 억울하다. 끝까지 가보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