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원은 공화, 하원은 민주’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

입력 2018-11-07 17:43 수정 2018-11-07 17:58
6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8년 만에 하원 다수당 지위를 탈환했다. 상원에서는 공화당이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시스

미국의 의회 권력이 공화당의 상·하원 독점 구조였던 것에서 ‘상원은 공화, 하원은 민주’라는 분권화된 구조(Divided Government)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CNN, CBS 등 미 현지 언론은 6일(현지시간) 진행된 미 중간선거에서 야당인 민주당이 8년 만에 하원 다수당 지위를 탈환하고 공화당이 상원 과반 의석 지키기에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날 중간선거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중간 평가라는 점에서 결과에 따라 국제 정세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였다. 한국도 안보부터 통상까지 미국과 끈끈하게 연결된 이슈들이 많은 만큼 선거 결과별 시나리오에 따라 계산기를 두드렸다.

전문가나 현지 언론은 이번 선거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급변하는 일은 없는 만큼 선거 후에 달라지는 것도 없을 것이라고 봤다.
블룸버그는 이날 “민주당이 하원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할 경우 감세나 오바마케어 철회, 금융규제 완화 등 주요 정책들이 공화당이 의도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급격한 전환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6일(현지시각) 미국 중간선거가 진행된 가운데 LA의 투표소는 LA 한인회관과 서울국제공원, 윌셔 초등학교 등에 설치, 오전 7시부터 저녁 8시까지 투표가 진행됐다. 뉴시스

한반도 정책에 변화가 올까

11·6 미국 중간선거 직후인 오는 8일 뉴욕에서 열릴 예정이던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북미 고위급회담이 전격 연기됐다.

국무부는 ‘북한 당국자들과의 회담'에 대한 헤더 나워트 대변인 명의의 성명에서 “이번 주 뉴욕에서 잡혔던 폼페이오 장관과 북한 당국자들과의 회담은 나중에 열리게 될 것”이라며 “우리는 각자의 스케줄이 허락할 때 다시 모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발표는 중간선거 직후 심야시간대인 7일 0시쯤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이번 고위급 회담을 앞두고 언론은 북한의 비핵화 실천조치와 이에 따른 미국의 상응 조치를 주고받기 위한 빅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봤다. 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은 물론 영변 핵시설 사찰 문제까지 논의할 수 있다는 긍정적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북한이 최근 핵 개발·경제건설의 ‘병진 노선' 부활 가능성을 언급하며 제재완화 공세 수위를 높이고 미국은 ‘선(先) 비핵화·선(先) 검증'을 제재해제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면서 양측이 기 싸움을 벌였다.

이에 따라 중간선거에 대한 최종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북·미가 만남을 연기하면서 양쪽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배경에 관심이 집중됐다. 일단 전문가들은 고위급 회담이 연기됐음에도 중간선거가 한반도 정책에 주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 판단했다.
중간선거까지 끝낸 트럼프 행정부로선 굳이 회담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실장은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하원을 차지하는 것은 의회 견제와 감시가 강화된다는 것이지 트럼프 대통령이나 미국 행정부의 정책이 갑자기 바뀌는 것은 아니다”라고 전망했다.
현재 미국의 대북 정책은 기본적으로 대통령과 행정부가 주도하고 상원 외교위원회, 군사위원회 등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공화당이 외교정책 분야에 힘을 가진 상원을 사수할 것으로 보여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이 외교정책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물론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이 북핵 협상 과정에서 청문회를 열거나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등의 ‘견제’를 할 경우 진행 속도는 느려질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중간선거 유세 연설에서 “비핵화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도 상관없다”며 ‘속도조절론’을 언급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미 중간선거가 실시되는 6일 새벽 수도 워싱턴의 연방 의사당 캐피틀 건물이 햇빛 여명 대신 안개에 싸여 있다. 뉴시스

보호무역 통상정책, 이대로 쭉

미국의 금융시장이나 경제 정책도 중간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과 벌이고 있는 통상 전쟁은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대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산 수입제품에 관세 폭탄을 내리는 등의 무역정책은 대부분 의회 승인이 필요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최근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전화 통화에서 미·중 간 마찰을 빚고 있는 무역문제를 논의한 뒤 화해 무드로 전환하면서 기대감도 고조된 상태다.

전문가들은 선거 결과가 미국보다는 아시아 시장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 전문가들은 민주당이 하원을 선점했다고 하더라도 공화당이 상원에서 다수 의석을 확보할 경우 주요 정책이 유지되기 때문에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불확실성을 해소한 만큼 상승세를 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이러다 보니 수출이나 금융 정책에서 미국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의 불안감은 해소되지 못했다. 일본 닛케이 지수, 상해, 심천과 홍콩 항셍지수 등은 개표 상황에 따라 하락과 반등을 오가며 변동성을 보였다. 오후 들어 1% 미만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의 코스피 지수도 공화당이 선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장중 한때 2100선을 회복했지만 북·미 고위급 회담을 연기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2078.69로 장을 마감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공화당 지지자들은 보호무역주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만큼 트럼프 정부는 무역분쟁과 관세 정책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커졌다”면서 “중간선거 이후 변동성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감은 충족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박태환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