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조덕제(50)가 영화 촬영현장에서 여배우를 성추행한 혐의로 집행 유예를 받은 데 대해 연일 “부당하다”는 입장을 쏟아내고 있다. 피해자인 배우 반민정(38)씨를 향한 비난의 수위도 높이고 있다.
조씨는 6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반씨가) 사실을 심각하게 오인하고, 아전인수(我田引水)식 해석을 늘어놓고 있다”고 적었다. 앞서 반씨가 “나는 영화계에 뿌리 깊게 자리한 성폭력을 고발했고, 결과를 이끌어냈다”며 “신체 노출, 폭력 등 민감한 장면이 들어가는 영화의 경우 배우에게 사전 설명을 한 후 계약서에 반영해야 한다”고 말한 것을 지적한 것이다.
조씨는 “노출계약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다. 다만 반씨로 인해 최근 말도 안 되는 판례가 나오면서 (배우와 감독 등이) 계약서 내용을 이것저것 살피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화 촬영하러 왔다가 범죄자가 되기 싫으니 대본상 ‘어깨를 치는 장면이지만 실수로 등짝을 칠 수 있다’ 같은 허용 조항들을 부연해서 표기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성범죄가 뿌리 깊은 관행이었다는 반씨의 주장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조씨는 “(반씨는 자신의 고발로) 영화계의 오랜 관행인 성범죄가 사라졌다는데, 대체 성범죄가 얼마나 일어나기에 관행이라고까지 할 수 있나”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성범죄가 관행이었다면 피해 사실이 줄지어 나와야 하는데, 반씨의 고발 이후 유사 사례가 추가로 한 건이라도 있었나”라고 했다. “영화계 관행 운운하면서 동료, 선후배들을 그만 욕보여라”고도 지적했다.
또 반씨가 조씨를 고발한 뒤 캐스팅에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주장한데 대해서는 “캐스팅 되려면 오디션을 열심히 봐라. 공대위(남배우 A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 거느리고 다니다보니 자신이 톱배우인 줄 아는 것 같다, 남 탓만 하면 어쩌자는 것이냐”고 말했다.
반씨는 앞서 6일 오전 서울 마포구 청년문화공간 JU동교동 바실리오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화계에 만연한 성폭력을 뿌리 뽑아 달라고 호소했다. 영화계가 앞장서서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상당수 피해자는 나 같은 피해자가 어떻게 됐는지 목격했기 때문에, 자신의 피해를 드러내는 것조차 두려워한다”며 “영화계가 나서서 변하고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연기자들은 상대 배우와 연기에 대해 사전합의를 해야 한다. ‘연기·애드리브’를 핑계로 상대 배우에게 고통을 주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현장을 핑계로 자행되던 인권침해 및 성폭력에 대해 영화계 내부에서도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조씨는 영화 촬영 도중 상대 배우였던 반씨의 속옷을 찢고 바지 안에 손을 넣어 신체 부위를 만지는 등 성추행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위법성이 없다”며 조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으나, 항소심 재판부가 “피해자와 사전 합의가 없었다” 등의 이유로 유죄를 선고했다. 대법원도 지난 9월 13일 조씨의 혐의를 인정하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전형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