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블로 모바일버전 ‘이모탈’, 분노 산 3가지 이유

입력 2018-11-07 13:02 수정 2018-11-07 14:10

■ 기대한 만큼 실망도 크다

블리자드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팬이라면 이번 블리즈컨에서 디아블로 관련 이슈가 하나쯤 터져 나올 것이란 예상을 하고 있었다. 게임 커뮤니티에서는 이와 관련해 갖은 추측이 쏟아졌지만, 디아블로 모바일 버전이 나올 거란 예측은 소위 ‘드립’으로 치부되며 우스갯소리로 넘어가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유머러스한 상상이 현실이 됐다. 현장에 있던, 혹은 세계 각지에서 블리즈컨을 지켜보던 팬들은 처음 어안이 벙벙한 반응을 보이다가 이내 분노를 쏟아냈다. 현장에서 야유가 쏟아지자 개발자가 ‘당신들은 폰 없나요?’라는 언급을 해 불길에 기름을 부었다.

디아블로 이모탈 시네마틱 트레일러 영상은 7일 현재 ‘싫어요’만 48만이 찍혀 ‘좋아요’(1.8만)보다 27배 가까이 많다. 팬심이 어떤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다수의 팬은 모바일 버전의 디아블로가 그래픽, 게임성 모두에서 퇴보했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한 해외 팬은 트레일러 영상에 ‘아들아, 영원한 왕은 없는 법이지(No King Rules Forever My Son)’라는 워크래프트 유명 대사를 인용하며 “20년 넘게 블리자드를 사랑한 팬으로서, 이제는 헤어져야 할 것 같다. 블리자드는 변했다. 안녕”이라는 코멘트를 달아 큰 호응을 얻었다.

■ 애매한 스토리, 시스템은 뒤죽박죽


줄거리의 ‘애매함’ 또한 팬들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블리즈컨 발표에 따르면 디아블로 이모탈은 디아블로2와 디아블로3 사이의 스토리로 메워진다. 디아블로2에서 세계석이 파괴된 것에 대해 지금껏 충분한 설명이 없었던 점을 고려한 구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해당 구간에서 디아블로는 봉인되어 있고, 악마들도 성역 침공을 본격적으로 하지 않던 시기다. 결국 ‘디아블로 없는 디아블로 모바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공개된 트레일러 영상을 보면 디아블로2에서 5년 후 시점이지만 디아블로3에서 등장했던 마법사, 악마사냥꾼, 수도사, 야만용사, 강령술사 등이 직업군으로 등장한다. 팬들 사이에서는 ‘디아블로3 M’이라는 이름을 쓰면 비난받을 여지가 높아 면피용으로 디아블로2 명성을 이용했다는 냉소가 나온다. 앨런 애드헴 총괄 프로듀서는 “디아블로2, 3에서 영감을 받을 수 있지만, 완전히 새로운 게임으로 봐 달라”고 말했다.

■ PC게임에 힘줘온 블리자드, 모바일 신호탄?


최근 게임 시장이 모바일 위주로 재편되면서 PC게임의 침체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적잖다. 모바일 기기의 비약적인 발전이 모바일 게임 시장의 활성화를 이끌었지만 ‘효율적인 다작’으로 흘러가는 게임 시장에 대한 우려가 큰 게 현실이다.

게임 전문 조사기관 ‘뉴주’에 따르면 모바일 게임 시장은 전체 게임 매출의 47%를 차지해 가장 규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글로벌 게임 매출 전망치에서 모바일 게임 시장은 632억 달러 규모로, PC 게임(334억 달러), 콘솔 게임(383억 달러)보다 월등히 높다.

모바일 게임은 게임 시장 몸집을 불렸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게임 시장 전체로 보면 마냥 달갑지만은 않다. 실제로 모바일 게임의 득세로 PC게임 개발은 위축되는 모양새다. 이 때문에 PC게임 위주로 콘텐츠를 제작해온 블리자드의 ‘철칙’은 팬들이 블리자드 게임에 더 주목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였다.

외신들은 디아블로 이모탈이 블리자드의 모바일 시장 진출의 신호탄이 될 거란 평가를 내놓고 있다. 디아블로 이모탈을 공동 개발하는 넷이즈는 ‘음양사’ ‘결전, 헤이안쿄’ 등 모바일게임 위주로 개발해온 중국 기업이다. 넷이즈는 스타크래프트,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하스스톤,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등 블리자드 게임의 중국 퍼블리싱을 맡고 있는 친(親) 블리자드 기업이기도 하다. 팬들은 멀지 않은 미래에 ‘WOW 모바일’이 나올 거라는 농담을 주고받고 있다.

사진=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