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가 나날이 심해지고 있지만 정부 내 사령탑이 잘 보이지 않는다.
환경부 장관은 공석이고, 조명래 후보자는 위장전입과 다운계약서 작성 등의 의혹을 받고 있다. 청와대는 1년 넘게 미세먼지 문제 해결에 매달렸지만 공기질은 오히려 더 나빠지고 있다. 정부는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오는 8일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추가 대책을 발표한다. 다만 미세먼지 콘트롤타워의 부재가 지속된다면 숨쉬기가 좀 더 어려워 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비서진으로부터 미세먼지 대책을 보고 받았다. 이후 문 대통령은 “지난해와 뭐가 달라졌습니까”라고 질문했다고 한다. 당시 국민체감형 정책과 성과를 강조하는 문 대통령 입장에서 보다 효용있는 정책을 비서진에게 주문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미세먼지 정책을 담당하는 김혜애 기후환경비서관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여성 환경운동가다. 시민사회 인사 가운데 ‘박원순계’로 분류된다. 과거 박 시장의 선거를 도왔던 김 내정자는 서울시의 친환경에너지 교육을 담당하는 서울에너지드림센터 센터장을 맡았다. 녹색연합 공동대표 시절 이명박정부의 4대강 사업 백지화 운동에 앞장섰다. 노무현대통령 탄핵무효 범국민행동 공동상황실장도 역임했다.
김 비서관이 청와대에 입성할 당시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개발 위주 정책에 밀린 지속가능·생태 등의 가치가 정책에 잘 구현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김 비서관은 산업정책비서관실 대신 에너지 정책을 주도해 왔다. 김 비서관은 경제 논리가 아닌 환경적 관점에서 탈원전 등 에너지 정책을 짜온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 비서관은 지난 5월 청와대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에 출연해 “미세먼지 문제의 심각성을 정부가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며 “중국과 실질적 협력 노력과 더불어 전기차 등 친환경차를 이용하고 석탄발전을 줄이는 에너지 전환정책을 꾸준히 추진하는 등 국내 노력도 병행된다면 미세먼지가 조금씩 나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5년간 한·중·일 3국이 공동으로 진행한 미세먼지 연구 결과를 곧 매듭지을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는 한·중·일 환경장관 회의를 계기로 한·중협력센터를 개소하고 한·중 환경협력계획에 따른 세부 협력사업을 확정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6개월이 지난 지금 대기 상황은 악화일로다. 정부는 2022년까지 국내 미세먼지 발생량을 2014년 대비 30% 감축하는 ‘미세먼지 관리 종합대책’에 따라 노후경유차 조기 폐차, 노후 석탄 화력 발전소 가동중지, 비상저감조치 등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정책 효과가 체감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이다.
때문에 청와대 비서진과 환경부의 분발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도 1991년 낙동강 유역 불법 페놀 유출사건, 1994년 노원구 소각장 반대운동 등에서 NGO 소속으로 환경운동에 참여한 경력을 바탕으로 입각했다. 문 대통령은 김 전 장관에게 “환경부는 지난 10년 간 존재감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국가가 하는 모든 사업에 환경적 관점에서 최종 결론을 내려주는 뚜렷한 목소리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김 전 장관은 지난 4월 쓰레기 대란 사태에 즉각 대처하지 못해 문 대통령과 이낙연 총리로부터 질책을 받고 결국 경질됐다.
야권 관계자는 “미세먼지가 중국에서 넘어오는 먼지와 국내 요인 등 복합적인 이유로 발생하기에 해결이 어렵다지만 정부 발표가 무색할 정도로 미세먼지 대책이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며 “보다 효과적인 국민 체감형 정책을 발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