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해안가에서 3살 여자아이가 4일 시신으로 발견됐다. 부검 결과 익사라고 했다. 아이는 지난달 31일 엄마와 함께 제주도로 왔지만 엄마의 행방은 묘연하다. 지금까지 알려진 사실들로 사건을 재구성해봤다.
◇ 시신 발견과 신원 확인까지
4일 오후 6시36분 제주시 애월읍 한 해안도로에서 3살 난 여아 시신이 떠올랐다. 낚시꾼이 아이를 처음 발견하고 신고했다.
경찰은 신원 파악을 위해 제주도에서 비슷한 또래 실종 아동 명단을 뒤졌지만 헛수고였다. 수사는 전국적으로 확대됐고 그러던 중 파주시에서 실종신고가 접수된 것을 파악했다. 한 남성이 자신의 딸과 손녀가 사라졌다는 신고를 해왔다고 했다.
확인 결과 신고자는 사망한 여아의 외할아버지였다.
아이는 엄마와 함께 지난달 31일 김포공항에서 제주공항으로 입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아직까지 엄마의 행방을 알 수 없다.
◇ 딸은 익사, 엄마는…
전문가들은 엄마 역시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조심스럽게 추측하고 있다.
이들 모녀가 묵었던 숙소 욕실에서 번개탄을 피운 흔적이 발견됐다. 엄마 카드내역을 분석한 결과 제주도에 도착한 다음날인 1일 번개탄을 직접 구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는 또 다른 근거는 편도 비행기 표다. 보통 여행을 목적으로 할 경우 왕복으로 표를 예매하지만 엄마는 제주도로 들어오는 비행기 표만 구매했다. 나가는 표는 없었다. 다시 육지로 돌아갈 의지가 없었다고 추측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엄마가 아이를 이불이 감싼 채 외출한 시각도 수상하다. 엄마는 새벽 2시가 넘은 시각 아이와 함께 숙소를 나섰다. CCTV에는 아이를 이불로 돌돌 만 채 끌어안고 해안도로로 내려가는 모습이 잡혔다. 시간상 관광을 목적으로 외출을 했다기에는 석연찮은 부분이다. 해안도로까지 내려간 것까지만 영상에 남아있었고 이후 올라온 모습은 잡히지 않았다.
이날 이들 모녀를 태웠다는 택시기사는 아이가 당시 입었던 옷을 기억하고 있었다. 아이가 시신으로 발견됐을 당시 옷과 같았다. 이것을 마지막으로 아이는 숨진 채 바다에서 발견됐고 엄마는 사라졌다.
◇ 하루 만에 실종신고… 어떤 신호 있었나?
사망한 여아의 외할아버지는 자신의 딸인 아이 엄마와 연락이 끊긴 지 하루 만에 실종신고를 했다. 한 전문가는 보통 성인인 엄마가 아이를 데리고 나가서 하루 동안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곧장 실종신고를 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가족들이 이들 모녀가 사라진 점을 특히 불안해했던 것이 아닌지, 실종 이전 엄마의 심리적인 상황에 집중해봐야 한다는 의미로 보인다.
또, 아이 엄마 휴대전화는 자신이 거주하던 파주에서 전원이 끊겼다는 점도 중요한 대목이다. 이후 제주도에서는 전혀 켜지 않았다. 전문가는 의도적으로 행적을 감추기 위한 행위일 것으로 분석했다. 누구와도 연락을 하지 않으려는 의도가 분명하다고 봤다.
◇ 왜 굳이 제주도까지…
한 전문가는 아무 연고가 없는 곳을 찾아 제주도에 들어왔을 것으로 추측했다. 휴대전화를 켜지 않았던 점 등을 미루어 봤을 때 여러 고민을 갖고 있었던 경우라면 자신이 살고 있던 거주지와는 최대한 떨어진 곳을 찾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