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전자랜드의 포인트가드 박찬희(31·190㎝)는 올 시즌 프로농구 정규리그에서 폭발적인 어시스트 능력을 뽐내고 있다. 경기당 평균 7.2개(전체 1위)의 어시스트를 기록 중인데, 총 10경기에 나와 3경기에서 두 자릿수 어시스트를 작성했다. 그런데 평균 출전시간은 21분31초로 프로 데뷔 이래 가장 짧다. 짧은 시간을 소화하면서도 팀 동료들의 득점을 효율적으로 돕고 있는 셈이다.
어시스트 비법이 뭘까. 박찬희는 지난 6일 국민일보와의 전화에서 “어시스트 개수는 팀 동료들과의 호흡이 기여하는 부분이 크다. 동료 선수들이 골을 잘 넣어줘서 높아지는 것 같다”고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패스 연습도 따로 하냐고 묻자 “훈련 때 선수들과 소통을 많이 하고, 다양한 종류의 패스를 시도해본다. 동료들도 어떤 타이밍에 어떤 종류의 패스가 오는지 알아야 받을 수 있다”며 “실수가 나오더라도 하나씩 개선하면서 꾸준히 패스를 주는 편”이라고 답했다.
전자랜드는 7일 현재 6승 4패로 공동 2위를 달리고 있다. 시즌 초반이지만 박찬희가 원만한 공수 조율을 해내고, 팀 동료들의 득점을 돕는다. 부상 중인 머피 할로웨이, 단신 외국인 선수 기디 팟츠의 실력도 합격점을 받았다. 정효근 강상재 등 포워드진의 성장세도 도드라진다.
박찬희는 어시스트 상승 요소로 동료들과의 ‘소통’과 ‘신뢰’를 꼽았다. 그는 “국내는 물론 외국인 선수들과의 호흡도 좋다. 할로웨이나 팟츠는 나의 주문이나 의견을 잘 수용하고 실행에 옮기는 스타일”이라며 “저도 동료들이 원하는 것을 맞춰주려고 노력하다보니 서로 신뢰가 쌓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찬희는 전자랜드로 이적한 2016-2017 시즌 정규리그 전 경기에 출장해 평균 7.4 어시스트(1위)를 기록한 바 있다. 지난 시즌엔 5.35개(3위)의 어시스트를 올렸다. 프로 데뷔 후 다섯 시즌 동안 평균 도움 5개를 한 번도 넘지 못했던 그가 전자랜드 유니폼을 입은 뒤 확실한 ‘야전사령관’의 색깔을 가진 것이다.
박찬희는 “팀 환경이 중요한 것 같다. 전자랜드 선수 구성의 변화가 크지 않았고, 지난 3년간 함께 뛰며 서로 손발을 맞추다 보니 서로의 움직임과 패스 타이밍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포지션이 1번(포인트가드)으로 고정된 것도 한몫했다. 팀원들을 살리는 것에 집중하고 충실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박찬희는 2대2 플레이, 특히 픽앤롤에서 패스를 잘 주는 가드로 정평이 나 있다. 이는 정통 포인트가드가 갖춰야 할 필수 능력으로도 여겨진다. 그는 “나만의 특별한 방법이 있는 건 아니다. 그저 패스를 많이 해보고 매 상황마다 어떻게 찔러줄지 고민한 결과”라며 머쓱해 했다. 다만 픽앤롤 상황에서의 패스는 곧 타이밍 싸움이라고 했다. 박찬희는 “상대 수비의 움직임은 어떤지, 내 패스를 받을 동료는 어떤 움직임을 가져가고 있는지를 순간적으로 판단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물론 프로 경험이 쌓인 것도 어시스트 능력에 도움이 됐다고 한다. “모든 패스에는 적합한 타이밍과 상황이 주어진다. 연차가 쌓일수록 시야가 트이고, 여러 상황에 맞춰 어떻게 패스를 해야 하는지를 직접 체득했다. 1~2년차 때는 일단 제 공격을 하기 바빴고, 동료들의 슛 찬스를 잘 보지 못했던 것 같다.”
박찬희는 어린 시절부터 패스를 잘하는 포인트가드가 되길 원했다. 패스에 남다른 비법이 없다고 하나, ‘가드는 패스를 잘해야 한다’는 인식은 있었다. 은퇴한 선배 가드들의 조언을 듣고 플레이를 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됐다. 그는 “김승현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강혁 창원 LG 세이커스 코치 등 2대2 플레이를 잘했던 선배들의 플레이를 많이 참고했다”고 귀띔했다.
가드는 어시스트를 했을 때 ‘짜릿한 손맛이 있다’고 하는데 박찬희는 “그런 쾌감을 느끼는 시기는 지난 것 같다”며 웃었다. 그는 “제게 주어진 역할 하나하나에 충실한다는 마음가짐뿐이다. 어시스트 이후에는 다음 플레이를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하기 바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올 시즌 목표를 물었다. 어시스트로 동료와 팀을 빛내길 바라는 그와 어울리는 답이 돌아왔다. “매 경기 승수를 쌓아 나가야 하는 시기잖아요. 당연히 높은 순위, 좋은 성적을 갖는 게 목표죠. 가장 큰 꿈은 전자랜드의 창단 첫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돕는 겁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