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도 꺾을 수 없다. 예수는 내 구주” 피살 케냐 기독인들 이야기

입력 2018-11-06 15:29
한 달 전 아프리카 케냐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게 피살된 기독교인들은 끝까지 신앙을 지키려다 살해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코란 구절을 외우지 않으면 죽이겠다는 테러리스트들에 협박에 “예수 그리스도는 내 구주”라고 고백한 뒤 총에 맞았다.

알샤바브 대원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습니다. africanews 캡처

국제기독연대(International Christian Concern·ICC)는 지난달 초 소말리아의 극단적인 이슬람 테러조직인 알샤바브(al-Shabaab)의 테러로 숨진 두 명의 케냐 기독교인의 마지막 행적을 목격자들의 말을 인용해 최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사건은 소말리아 접경지대인 케냐 북동부에서 벌어졌다. 피해자인 프레드릭 음구이 음곤데와 조슈아 오코 오빌라 등은 버스를 타고 케냐 가리사에서 마살라니로 가던 중이었다. 7명의 괴한이 총으로 위협하며 버스 안으로 올라왔다.

괴한들은 모든 승객의 신분증을 확인하고 프레드릭과 조슈아 등 3명의 외지인을 버스 밖으로 끌어냈다. 이들은 버스에서 내린 승객들에게 무슬림임을 밝히거나 코란 구절을 외우라고 요구했다. 3명 중 한 명은 코란을 외워 버스로 돌아갔다.

알샤바브 대원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습니다. africanews 캡처

신앙심 깊은 기독교인인 프레드릭과 조슈아는 괴한들의 요구를 거절했다. 오히려 이들은 괴한들 앞에서 “예수 그리스도는 내 구주다. 내 기독교 신념을 부정할 수 없다”고 말한 뒤 괴한들이 쏜 총에 맞아 현장에서 숨졌다.

프레드릭은 마살라니의 동아프리카 오순절 교회에 다니며 교회 성가대를 이끌었다고 한다. 교회 목회자인 코스마스 므윈지는 프레드릭에 대해 “교회와 가정에서 충실하게 살아온 예수 그리스도의 자녀”라면서 “하나님을 위한 일이라면 언제나 열정적이었으며 다른 성도들을 사랑한 사람”이라고 전했다.

프레드릭의 아내인 페니아 므와타는 ICC와의 인터뷰에서 “따뜻하고 배려심 넘치던 남편이 나와 두 살 아기를 남기고 떠나 고통스럽다”면서 “내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언젠가 천국에서 남편을 꼭 다시 만나고 싶다”고 울먹였다.

조슈아는 버스 회사 기계공이었다. 그의 가족들은 조슈아의 회사 동료인 버스 운전사를 비난했다. 가족들은 “동료인 조슈아가 위험에 처했는데도 무슬림이자 회사 동료인 버스 운전사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케냐와 소말리아. france24닷컴 캡처

소말리아에 근거지를 둔 알샤바브는 알카에다와 연계된 테러조직으로 소말리아를 넘어 동아프리카 전체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케냐 등 아프리카 연합이 2011년 소말리아 치안 유지를 위해 다국적군을 파병하자 알샤바브는 세력을 규합해 다국적군 파병국에서 테러를 벌였다.

케냐의 피해가 심각했다. 알샤바브는 케냐에서 2014년까지 100건이 넘는 테러를 벌여 370명을 살해하고 1075명을 다치게 했다. 2015년 4월엔 알샤바브 조직원 4명이 가리사의 한 대학을 급습해 무려 152명의 학생을 살해했다. 2016년엔 만데라의 게스트하우스에서 12명의 기독교인이, 2017년엔 라무에서 4명이 각각 살해됐다. 알샤바브는 지난 2월에는 콰르사 초등학교에서 테러를 감행해 기독교인 교사 3명을 죽였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