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생 있다면, 남편한테 선녀 같이 잘해줄 것” 엄앵란의 마지막 인사

입력 2018-11-06 15:11
배우 엄앵란. 뉴시스

배우 엄앵란(82)씨가 남편이자 동료였던 고(故) 신성일씨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했다.

6일 오전 10시 서울 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선 고인의 영화인장이 거행됐다. 이날 영결식에는 부인 엄앵란을 비롯한 유가족, 친지들과 원로배우 신영균, 이장호 감독, 배우 이덕화 독고영재 김형일 등 150여명이 참석했다.

영결식은 엄씨가 사위 손을 잡고 영결식장에 입장하면서 시작됐다. 영정이 들어섰고, 공동장례위원장인 배우 안성기와 부위원장을 맡은 이덕화가 맨 앞에서 운구를 맡았다. 이어 ‘맨발의 청춘’ ‘별들의 고향’ ‘초우’ 등 고인의 생전 모습이 담긴 영화와 고인의 추모 영상이 상영됐다.

엄씨는 이날 분향과 헌화를 마친 후 영정 앞에서 “가만히 앉아서 사진을 이렇게 보니까 ‘참 당신도 늙고 나도 늙었네’ 그런 생각이 든다”며 “다들 ‘왜 안 우느냐’고 묻는데 울면서 보내고 싶지는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내가) 울면 망자가 마음이 아파 걷질 못한다”며 “억지로 눈물을 참고 있다. 집에 가서 밤 12시가 되면 불 끄고 이불 덮고 실컷 울려고 한다”고 말했다. “남편이 다시 태어나 또 다시 산다면 정말 선녀 같이 잘해주고 싶은 마음이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고도 했다. 엄씨는 또 조문객들에게 “여러분들은 댁에 계신 부인께 잘하시라. 그러면 기쁨이 온다”는 조언을 건네기도 했다.

지상학(69) 한국영화인총연합회 회장은 “대통령 이름은 몰라도 선배님 이름 모르는 사람 없다”며 “(영화에서) 왕도 돼보고 만인의 연인으로 살았지만 때로 시련도 있었고 아픔도 있었다”고 추모했다. “지난 시절 당신이 있어 행복했고, 같은 시대에 살았다는 것이 행운”이라며 “고인은 한국영화 전설이자 신화였다. 이제 하늘의 별이 됐으니 가족과 우리 영화계를 잘 보살펴 달라”고 애도했다.

영결식이 끝난 뒤 고인이 누운 관은 후배 배우 안성기·이덕화·김형일·독고영재 등의 손에 들려 운구차로 옮겨졌다. 엄씨는 관이 운구차에 실리자 고개 숙여 고인에게 마지막 인사를 올렸다. 고인은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되며 이후 생전 자택이 있는 경북 영천의 선영에서 안식에 들어간다.

전형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