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세 인하 첫날… 싼 곳은 쌌고 비싼 곳은 비쌌다

입력 2018-11-06 14:08
여의도 국회의사당 맞은편에 위치한 주유소.

“저희 주유소는 워낙 비싸서 내린다고 해도 티가 나질 않아요.”

6일 오전 여의도 국회의사당 맞은편 주유소는 휘발유 값을 ℓ당 1975원이라고 게시했다. 인근 또 다른 주유소는 급유기에 ‘유류세 인하분 100% 반영’이라는 문구를 부착했지만 휘발유값은 1955원이었다. 국회 인근 주유소들은 전국에서 기름값 비싸기로 유명하다.

그러다 보니 같은 영등포구인데도 여의도 샛강공원을 건너면 휘발유 가격은 눈에 띄게 저렴해 졌다. 1600원대는 물론 1500원대까지 떨어진 곳도 있었다. 이날 영등포구에서 가장 싼 가격에 휘발유를 살 수 있는 곳은 가마산로에 있는 GS주유소였다. ℓ당 1556원이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위치한 한 주유소. 급유기에 '유류세 인하분 100% 반영'이라는 문구가 붙어있다.

정부가 이날부터 6개월간 한시적으로 휘발유, 경유, 액화석유가스(LPG) 등에 부과하는 유류세를 역대 최대인 15%까지 인하하면서 주유소 휘발유 가격도 일제히 떨어졌다.

하지만 당장 인하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실제 1500원대 주유소가 속출했음에도 2000원대를 유지하는 곳도 많았다.
가격 하락은 본사에서 직접 운영해 당장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정유사 직영주유소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문제는 직영주유소가 전국 1만2000여 개 주유소 중 10%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주유소는 1, 2개월 전에 기름을 구매해 유류세 인하율을 반영하지 못한 자영주유소들이었다. 재고분을 모두 팔아야 유류세 인하를 적용할 수 있다.

물론 자영주유소 중에서도 가격 인하에 동참한 곳이 있었다. 세금 인하분을 미리 반영했기에 가능했다. 직영주유소가 없는 금천구, 도봉구, 광진구에서도 1500원대 주유소가 있었다.

주유소간 가격 편차도 유류세 인하 효과를 반감시키고 있다. 정부가 예상한 유류세 인하 후 전국 평균(10월 셋째 주 기준)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각각 ℓ당 1563원, 1403원이었지만 유류세 인하분을 100% 반영했다는 여의도의 한 주유소는 ℓ당 휘발유 가격이 1955원, 경유값은 1792원이었다.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한 주유소.

해당 주유소 직원은 유류세 인하가 반영됐냐는 질문에 “반영됐다. 120원 정도 떨어진 것”이라며 “원래 다른 주유소에 비교해 가격이 높은 편이어서 소비자들이 인하 효과를 체감하기 힘들 것”이라고 답했다.

이러다 보니 사람들은 유류세 인하 효과가 확실한 주유소 찾기에 나섰다. 이날 오피넷 홈페이지는 싼 주유소를 찾으려는 사람들의 접속이 폭주하면서 하루종일 연결이 원활하지 못했다.

박태환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