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꼬전문의사 이선호 원장의 이수역에서]⑩ “힘 좀 빼세요”

입력 2018-11-06 12:06

골프 속설 중 ‘힘 빼는데 3년’이란 말이 있다. 그러나 그게 쉬운 일이 아니라서 “힘을 빼면 얼마 나가지 않는데 그게 되냐?”라며 마이웨이를 외치는 사람도 있다.

어쨌든 초보들은 언뜻 보기에도 잔뜩 힘을 주고 친다. 멀리 치고자 할 때는 더욱 그렇게 된다. 그러나 그러다가 뒤땅을 치기 십상이고 십중팔구 생각과는 달리 그리 멀리 나가지도 않는다. 프로들은 물 흐르는 듯한 스윙을 하는데도 참 잘 맞고 멀리 나간다.

골프뿐 아니라 다른 여러 운동도 쓸데없는 힘을 주면 뭔가 잘 안된다. 힘 빼는 기술은 쉽지 않다. 진료실에서도 “힘을 빼세요”라는 얘기를 자주 한다.

진찰을 하려면 온 몸이 돌덩어리같이 경직되는 분도 있다. 힘을 좀 빼야 진찰을 할 수 있다고 말씀드리면 “나 힘 안 주고 있는데요?”라고 반문하기 일쑤이다. 그렇다. 자기 자신은 힘주고 있는 줄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 있는 상태인 것이다.

이럴 경우 그냥 힘을 빼시라고 얘기하는 것은 별 도움이 안 된다. 구체적으로 힘을 빼는 요령에 대해 간단히 설명을 하게 된다.

일단 어깨 한 번 으쓱하고 코로 한숨을 크게 한 번 쉰다. 그리고는 입을 반쯤 벌리고 들이쉬고 내쉬고를 반복한다. 리듬을 일정하게 하기 위해 내쉴 때마다 하나, 둘~ 하며 숫자를 센다.

별로 긴장을 안하는 사람들은 그냥 힘을 빼고 있지만, 그런 경우에도 진단기구 등이 몸에 닿으면 놀라서 갑자기 힘이 들어갈 수도 있다. 그래서 미리 얘기를 해주고 놀라지 말고 숫자를 세는 것에 집중하라고 한다.

이런 식으로 힘 빼는 요령은 일상생활에서도 꽤 유용하다.

배변활동도 너무 힘주어 보는 것은 좋지 않다. 어떻게 힘 안 주고 배변을 하냐고 묻는 사람도 있지만, 원래 배변 신호가 있을 때 바로 배변하면 아무런 힘도 안 들이고 배변을 할 수 있다. 그게 가장 자연스럽고 생리적인 배변활동이다.

그러나 바삐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신호가 와도 바로 배변을 할 수 없을 때가 많다. 그렇게 참았다가 나중에 보는 것이 습관이 되면 배변의 생리적인 리듬이 깨지게 된다. 게다가 배변 신호가 없을 때 배변을 하려하면 아무래도 잘 안 나온다. 배변을 보는 대부분의 힘은 장운동에 의한 것인데 이런 장운동이 없을 때 복부에 힘주는 것만으로는 원활한 배변이 어렵기 때문이다.

배변을 하는데 장운동이라는 ‘제대로 된 힘'을 사용 못 하고 복부에 힘을 주는 ‘부수적인 힘'을 주는 것은 배변활동에 그다지 효과적이지 못하다. 생리적 리듬을 잘 따르면 힘 안 들이고도 잘 되는 게 억지로 하려 하면 잘 안 되는 것이다.

운동도 잘하는 사람 얘기를 들어보면 “그냥 치면 되는데 그게 왜 안되죠?”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힘 빼고도 잘 할 수 있으려면 몸이 그렇게 자율적으로 반응하도록 평소에 훈련을 해 주어야 한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