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안이 계속 헐고 낫지 않는다면?…‘베체트병’ 신호일수도

입력 2018-11-05 17:21 수정 2018-11-05 17:42

직장인 박모(34)씨는 몇 해 전부터 계속 입 안이 헐고 따끔따끔한 궤양이 생겼지만 단순 구내염이라 생각해 약국에서 항생제와 연고를 사서 먹고 바르기만 했다. 하지만 증상이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궤양이 입안 전체에 번져 식사도 제대로 못하는 지경에 이르러서야 병원을 찾았고 이름조차 생소한 ‘베체트병’ 진단을 받았다.

바쁜 직장인들의 경우 불규칙한 생활패턴이나 좋지 못한 생활습관으로 인해 면역체계의 불균형이 생기곤 한다. 면역체계의 균형이 깨지면 몸 속 면역세포들이 서로를 공격하게 되는데, 이를 ‘자가면역질환’이라고 부른다.

베체트병은 대표적인 자가면역질환이다. 입안과 생식기에 궤양이 생기고 눈의 염증, 피부 병변 등이 나타난다. 이런 증상들은 동시다발적으로 혹은 수년에 거쳐 단계적으로 진행된다.

매우 다양한 증상으로 시작되지만 일반적으로 구강(입안) 궤양이 가장 먼저 발생한다. 흔히 입속이 헌다고 말한다. 구강 궤양 환자의 70%는 생식기(외음부) 궤양과 함께 다리 피부에 통증을 동반한 결절 홍반 또는 모낭염이 생겼다 없어지는 일이 반복되기도 한다.

베체트병은 혈관에 염증이 생기는 혈관염의 일종이기 때문에 피부 뿐 아니라 혈관이 지나는 곳 어디든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
외음부 염증 발생 시 비뇨기와 생식기능에 장애가 생길 수도 있으며 드물지만 관절이나 위장관, 심장, 폐 등 장기에 침범해 치명적인 후유증을 낳을 수도 있다. 베체트병으로 인해 안구 포도막염에 걸린 경우 실명에 이르기도 한다.

국내에선 2만명 이하의 유병률을 보이는 희귀난치성 질환으로 분류되며 발병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다.

고려대 구로병원 류머티스내과 김재훈 교수는 5일 “베체트병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발생할 수 있으며 나이가 젊다고 해서 방심할 수 없다”면서 “베체트병을 예방하려면 충분한 숙면을 통해 휴식을 취하고 면역력 증진에 도움되는 영양가 높은 음식이나 비타민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또 과로 및 스트레스 관리를 철저히 하여 면역체계에 교란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부분의 면역성 질환은 원인이 불분명한 만큼 치료가 어려운 난치성 질환이 대부분이다. 베체트병 또한 난치성 질환에 속하지만 결코 불치병은 아니다. 김 교수는 “베체트병으로 의심되는 증상, 특히 반복적인 구강 궤양이 쉽게 낫지 않고 지속해 재발한다면 신속하게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