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 일부 직원이 효성으로부터 각종 향응을 받고 변압기를 납품하는 과정에서 1억 원 상당의 외함을 받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외함은 지진 충격 등으로 변압기를 보호하기 위한 설비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이훈 의원에 따르면 2011년 3월 25일 한수원은 ‘가동 원전 전력용 변압기 예비품’ 총 5기를 공급받는 과정에서 실내에 설치되는 몰드형 변압기 2대는 외함을 새것으로 교체하지 않고 종전 외함 속에 넣겠다는 효성 측 제안을 승인했다. 제품 가격은 감액하지도 않았다.
당시 한수원은 총 5기의 변압기를 공급받기 위해 29억 3000만 원에 효성과 계약을 맺었다. 효성은 이중 계약 납품가격이 5억2000만 원인 2개의 몰드형 변압기는 외함을 납품하지 않아 45.2%의 중간이윤을 챙겼다. 효성의 내부 품의를 보면 2개 변압기의 제작비는 3억7000만 원에 불과해 외함을 넣어 납품하더라도 약 30%의 마진이 남았다. 하지만 외함까지 납품하지 않으면서 2억8000만 원에 만들어 납품했다.
이 사건은 공익제보자인 김민규 씨가 산업통상자원부에 지난해 9월 국민신문고로 제보한 내용이다. 이후 한수원으로 이첩돼 조사가 진행됐다. 별도로 제보된 효성의 향응 수수 건은 경찰에서 조사했다. 경찰 조사 결과 외함 미납품을 묵인하는 등 효성의 편의를 봐준 한수원 직원은 총 13명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2011년부터 2014년까지 강남과 부산 등지에서 접대를 받고 상품권을 수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2018년 7월 피의자 13명에 대한 조사결과를 한수원에 이첩했다.
최근 조사를 마친 한수원도 외함 미납품 비리와 일부 직원들의 향응 수수 혐의를 확인했다. 조사과정에서 경찰로부터 이첩된 13명 외에도 3명의 추가 혐의자를 발견하기도 했다. 한수원은 올 11월 중 징계수위 결정하여 처분할 예전이다.
그러나 해당 직원들의 처벌은 솜방망이 그칠 것으로 보인다. 상당수가 공소시효를 지났고 확실한 증거가 부족해 징계는 5명 미만이 받고 이마저도 경고 등의 가벼운 처벌에 그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효성의 입찰 비리와 납품 비리가 오랫동안 진행돼온 것으로 보이며 이 과정에서 전방위적인 로비가 이루어졌음이 밝혀졌다”면서 “한수원은 검찰에 사건을 수사 의뢰해 관련자 혐의를 입증하고 추가적인 여죄가 있는지 낱낱이 밝혀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