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에게 오줌통 갑질한 경찰의 징계가 ‘경고’에 그친 이유

입력 2018-11-05 08:51
부산경찰 페이스북 캡처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직원 폭행에 이어 부산의 한 경찰서 경무과장의 오줌통 갑질까지 공개되면서 직장 내 갑질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경찰이 내부감찰을 벌인 결과 직원들의 자발적으로 한 행동이라고 판단, 징계 수위를 ‘경고’에 그쳤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많은 이들이 공분했다.

부산에서 근무하는 경찰관은 과거 자신과 함께 근무했던 A생활안전과장의 갑질을 언론에 제보했다. 제보에 따르면 A과장이 경무과장으로 근무할 당시 평소 전립선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과장실에 소변통을 두고 볼일을 본 뒤 이를 청소미화원이나 직원에게 치우라고 지시했다.

A과장은 또 술을 마시고 넘어져 허리를 다쳐 병원에 입원하면서 직원들에게 간병을 시켰다. 경무과 직원들은 업무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병원에서 A과장을 간호했다. 제보자는 연합뉴스에 “직원들에게 출퇴근을 시켜달라고 강요하고 과장실에 러닝머신, 헬스기구 등을 구입할 수 있도록 경리계에 부당하게 압력을 넣었으며 업무 시간에 개인 용무를 보러 가는 상황에도 직원에게 운전을 시키는 등 황제처럼 군림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A과장은 “방광이 좋지 않아 수술을 받은 적이 있고 소변을 참지 못해 소변통을 사무실에 뒀지만 치우라고 시킨 적은 없다”며 “직원들의 간병도 있을 수 없고 카풀도 한 달에 한 번 정도 기름을 넣어주고 탔다”고 해명했다.

내부 고발을 받은 부산경찰청은 감찰을 벌여 일부 비위 사실을 확인해 A과장에게 ‘경고’ 조치를 내렸다. 이처럼 가벼운 처벌을 내린 이유는 감찰 결과가 제보 내용과 많이 달랐기 때문이다. A과장이 전립선 수술 후 소변통을 과장실에 실제 비치한 것으로 확인했다. 다만 A과장은 청소미화원 등에게 소변통을 치워달라고 부탁했으며 청소미화원 등도 환자라는 생각에 치워줬다고 했다.

간병과 관련해서도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간호한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출퇴근 갑질에 대해서는 직원 1명과 카풀을 한 것으로 판단했다. 경무과장실 물품 구입에 대해서는 예산을 과다하게 사용한 것으로 확인했다. 이 같은 감찰 결과를 토대로 부산경찰청은 지난해 말 예산운용 부적정과 갑질 행위 일부에 관한 징계로 A과장에게 경고 조치를 내렸다. 이에 대해 일선 경찰들은 터무니없는 가벼운 처분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A과장을 상사로 뒀던 한 직원은 “내부 감찰 단계에서 직원들이 불이익을 감수하고 솔직하게 진술하기 어렵다”며 “경찰의 감찰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으면 형식적으로 이뤄진다”고 토로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