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인 내 아이들의 이름을 적고 전화번호까지 적으라고 하더라”
“아이들이 있어 구하고 싶은 아버지의 심정이라는 기사 보고 치가 떨렸다”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으로부터 집단 폭행을 당한 대학 교수의 증언이 방송을 통해 공개됐다. 그는 양 회장이 입막음용으로 가족은 물론 어린 자녀의 신상까지 캤다고 폭로해 충격을 주고 있다. 해당 교수는 양 회장 아내의 내연남으로 의심 받아 공개적으로 집단 폭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KBS는 2013년 12월 2일 양 회장의 사무실에서 집단 폭행을 당한 A교수의 인터뷰를 3일 공개했다. 그는 부인과의 내연 관계라는 오해를 풀려고 양 회장의 사무실을 찾았다가 직원들이 있는 자리에서 양 회장의 동생 등 5명에게 3시간 동안 집단 폭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무슨 일이 있었냐. 다 불어라. 원하는 얘기가 나오니까 용서 받을 기회를 잃었다 이런 식으로 말을 하는데…”라고 한 A교수는 폭행이 끝난 뒤 가족의 신상을 캐기 시작했다고 폭로했다.
“A4지와 볼펜을 하나 주면서 네 가족들 다 적으라고. 심지어 내 아이들이 초등학생이었는데 아이들 이름 적고 전화번호까지 적으라고 하더라”고 한 A교수는 “내가 그거는 좀 봐 달라고 했는데 적었다”고 말했다. 이는 ‘입막음용’이었다고 매체는 설명했다.
“12월까지 죽어라고 했다”고 한 A교수는 “전화가 울리는 것 자체가 공포스러워 안 받게 됐는데 가족들한테 전화를 하더라. 어디 있냐. 학교 아니면 집에 있겠지”라고 했다.
A교수는 경찰에 알려봤자 소용없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전과도 없는데 얼마 나오지도 않을걸. 벌금 얼마 나오겠지 뭐. 자기 동생이랑 너 괜찮지? 그러니까 동생이 괜찮대요”라고 한 A교수는 “아이들이 있어 구하고 싶은 아버지의 심정이라고 이해해달라고 그런 기사가 떴더라. 치가 떨리더라”고 말했다.
A교수는 양 회장이 폭행 후 외투 주머니에 200만원을 구겨 넣었다고도 했다. 이는 일종의 ‘맷값’이었다. 협박과 보복이 두려웠던 A교수는 2016년에 검찰에 고소했지만 양 회장은 증거 부족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A교수는 항고했고 서울고검은 지난 4월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재기수사 명령을 내렸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