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던 여성과 술 마셨다?… 거제 살해범, 범행 전 행적

입력 2018-11-03 05:30 수정 2018-11-03 05:30
뉴시스

폐지를 줍던 50대 여성이 20대 남성의 무차별 폭행 때문에 사망한 사건 관련, 경찰은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했지만 검찰 시각은 달랐다. 검찰은 가해 남성의 휴대전화를 ‘디지털포렌식 기법’으로 복원했고, 범행이 고의적이었다고 볼 만한 정황을 찾아냈다. 상해치사죄와 살인죄를 가르는 중요한 기준은 범행의 고의성 여부다.

창원지검 통영지청은 폭행 가해자인 박모(20)씨를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 하고 전자발찌 부착 명령을 청구했다고 지난달 31일 밝혔다. 박씨는 지난달 4일 오전 2시36분쯤 경남 거제 고현동의 한 선착장 인근 주차장 앞 길가에서 폐지를 줍던 A씨(58·여)를 수차례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씨는 A씨가 “살려달라”고 빌었음에도 아무 이유 없이 약 30분간 폭행을 지속했다고 한다. A씨는 얼굴과 머리 등을 무자비하게 맞았다. 박씨가 A씨를 때렸다고 인정한 횟수만 무려 72회에 달한다. 게다가 A씨는 키 132㎝, 몸무게 31㎏의 왜소한 체격이었다. 박씨 키는 180㎝가 넘는다. A씨는 발견 직후 급히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5시간 만에 숨졌다.

박씨는 경찰 조사에서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한종혁 거제경찰서 형사과장은 언론 브리핑에서 “술에 취해 기억나지 않는다는 진술이 신빙성 있었고, 살인의 고의가 있다고 보기에 증거가 부족했다”며 상해치사 혐의 적용 이유를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검찰은 박씨에게 살인의 고의가 명백했다고 봤다.

검찰은 복원된 박씨 휴대전화에서 ‘사람이 죽었을 때’ ‘사람이 죽었는지 안 죽었는지’ ‘사람이 죽으면 목이 어떻게’ 등이 검색된 것을 확인했다. 박씨가 범행 하루 전 찾아본 것이었다. 또 중앙일보가 1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박씨가 범행 2~3시간 전 평소 좋아하던 여성 등 3명과 술을 마셨고, 이 여성이 다른 남성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격분해 밖으로 나갔다는 사실도 검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박씨가 고등학교 재학 시절 학교폭력 가해 전력이 있었던 것도 밝혀졌다. 박씨는 평소 입대에 대한 스트레스가 심해 술에 의존했고, 함께 술을 마신 지인을 폭행하는 습관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류혁 통영지청장은 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처음부터 사람을 죽일 의도 또는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 폭행해서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살인죄로 적용할 수 있게 된다”며 “박씨가 30분에 걸쳐서 무차별적으로 폭행한 점, 피해자가 전혀 저항할 수 없었던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