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은 정부가 내놓은 470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 중 일자리 정책, 남북 경제협력 예산 등에서 모두 20조원가량을 삭감하겠다고 공언했다. ‘문재인정부표’ 예산을 대폭 줄이고 대신 출산·아동지원 등 저출산 관련 대책, 교육·청소년 지원 수당 확충 등에 예산 15조원을 증액하겠다는 게 한국당 방침이다. 한국당은 이를 ‘민생경제 부활 예산’이라고 이름 달았다.
현 정부의 예산정책과 확실히 차별화하면서 한국당의 기조를 강조한 대안을 제시한 것인데, 예산안 법정 처리 기한(12월 2일)까지 여야 간 ‘심의 싸움’을 예고한 것이기도 하다. 또 다른 포퓰리즘 논란도 예상된다.
“임신하면 200만원, 출산하면 2000만원”
한국당은 2일 국회에서 2019년 예산안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고 예산안 심의 방향에 대해 밝혔다. 이 자리에서 민생경제 부활을 위한 7대 분야, 20개 증액 사업을 제시했다.
한국당은 임산부 30만명에게 200만원씩의 ‘토털 케어 카드’를 지급하고, 출산장려금 2000만원을 일시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또 소득 하위 90% 가정의 6세 이하 자녀에게 월 10만원씩 지급하는 아동수당을 소득에 관계없이 초등학교 6학년 자녀를 둔 가정에까지 확대하고, 3년 안에 월 30만원까지 인상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한국당 간사인 장제원 의원은 “현금성 지원을 퍼주기라고 보지 마라”며 “국가의 존폐가 달린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극약처방을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지난 9월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출산주도성장론’을 꺼낸 바 있다.
‘청소년 내일수당’ 지급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내년에 20만원, 2020년에 25만원, 2021년에 30만원으로 수당을 점차 늘려 중학교 3학년까지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한국당이 아동·청년수당에서 보편적 복지로 돌아선 것인가’라는 취재진 질문에 김성태 원내대표는 “그렇게 봐도 무방하다”고 답했다.
한국당은 이와 함께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 청년들을 위한 교육수당 바우처 신설, 국가기간산업 지원, 지역균형발전 및 성장잠재력 확충, 국가유공자 예우 강화, 군인과 소방관 경찰 식단 개선, 지역 간호사 처우 개선 및 사회봉사자 실비지원 강화, 노인정 청소예산 증액과 노인공공기관 예산 확대 등을 증액 대상으로 꼽았다.
김 원내대표는 “저출산 극본 문제에 국민적 관심과 합의를 끌어내고, 아이 키우고 교육하는 부분에 국가가 최우선으로 나서야 한다는 의지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가짜 일자리·북한 퍼주기 예산 칼질”
한국당은 대신 정부 예산안 가운데 ‘일자리 정책 실패 땜질용 예산’ ‘일방적 북한 퍼주기 예산’ ‘각종 위원회·추진단 남발 예산’ ‘작년 국회 심의 결과 불복 예산’ ‘정권 홍보용·전시성 예산’ 등을 가려내 대폭 삭감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당이 삭감 대상으로 지목한 예산 총 규모는 20조원에 이른다.
김 원내대표는 “가짜 일자리 예산 8조원과 핵폐지 없는 북한 퍼주기 예산 5000억원 등을 대폭 손질하겠다”며 “470조원의 돈을 쏟아 부어도 혼란 자초하는 정책 기조 바뀌자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의원은 “정말로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예산이 되기 위해서는 정부가 야당 주장에 대폭 양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