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마동석(47)이 쉼 없이 작품을 내놓고 있다. 다작(多作)하는 배우는 많지만 그 중에서도 단연코 으뜸이다.
마동석은 올해만 무려 다섯 편의 영화를 개봉시켰다. 지난 5월 팔씨름 소재의 영화 ‘챔피언’을 시작으로 8월 성주신 역을 소화한 1000만 영화 ‘신과함께-인과 연’, 9월 딸바보 유도관장을 연기한 ‘원더풀 고스트’로 잇달아 관객을 만났다.
11월에는 무려 두 편을 연달아 선보인다. 오는 7일 ‘동네사람들’을 공개하고 불과 2주 뒤인 22일 ‘성난황소’를 개봉한다. 다소 우려되는 지점은 두 작품 모두 범죄액션 장르인 데다 극 중 마동석이 연기하는 캐릭터의 설정마저 대동소이하는 점이다.
‘동네사람들’은 여고생이 실종됐는데도 아무도 찾지 않는 이상한 마을에 새로 부임한 체육교사 기철(마동석)이 사라진 여고생의 유일한 친구 유진(김새론)과 함께 사건의 실마리를 쫓는 내용의 스릴러다.
마동석이 연기한 기철은 불의를 참지 못하는 인물. 동양챔피언에 오를 만큼 실력 있는 복싱선수였으나 협회 내에서 벌어지는 작태를 두고 보지 못해 복싱 바닥을 떠난다. 기간제 체육교사로 부임한 이후 우연히 사건에 연루된 그는 진실을 외면하지 않고 끝까지 싸운다.
‘성난황소’에서 맡은 역할도 큰 틀에선 비슷하다. 거칠었던 과거를 벗어나 수산시장에서 건어물 유통을 하며 사는 건실한 청년 동철 역이다. 한번 화가 나면 무섭게 돌변하는 동철이 납치범(김성오)에게 납치된 아내(송지효)를 구하기 위해 나서면서 거친 사건들이 펼쳐진다.
비단 이번 두 작품에서만이 아니다. 악역에서 탈피한 이후 최근 마동석이 연기해 온 캐릭터들에는 확고부동한 공통점이 존재한다. 친근하고 인간적이면서도 파워풀한 이미지. 신체적 특성을 활용한 유머코드와 액션은 늘 빠지지 않는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미지 소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심심찮게 들린다. 짧은 기간 안에 동어반복을 계속하다 보면 그의 독보적인 캐릭터가 무뎌지고 자칫 대중으로 하여금 식상함을 느끼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여론에 대해 마동석은 한결 같은 반응을 내놓는다. 피하지 않고 직면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마동석은 지나날 29일 ‘동네사람들’ 언론시사회 이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이미지 소비가 많이 되고 있다는 이야기는 사실 10년 전부터 들어왔다”고 쿨하게 얘기했다.
그는 “‘마동석화’된 캐릭터를 원하는 감독이나 제작사가 있다면 그에 맞춰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사실 마동석화된 캐릭터를 연기한지는 10년이 넘었다. 중간에 ‘굿바이 싱글’ ‘38 사기동대’처럼 색다른 연기도 했지만 그것도 제가 가진 이미지에서 살짝 변주한 캐릭터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면 ‘왜 다른 캐릭터를 해볼 생각을 안 하느냐는 질문’이 나올 수 있을 거다. 저 또한 새로운 캐릭터 연기도 시도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서 “5~6년 전 ‘범죄도시’ 이전에 기획했던 영화들이 지금 와서 개봉하게 된 것이다. 2~3년 전부터는 색다른 장르들의 영화들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동석은 “저는 공격, 수비, 투수 모든 것을 잘하는 배우가 아니다”라며 “전반적으로 노력하고는 있지만, 제가 잘할 수 있는 부분을 더욱 연마하고 실전 경험을 쌓으면서 더 좋은 배우가 되고자 한다. 노력하는 과정이라 봐주시면 감사하겠다. 저만의 액션영화의 길을 닦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