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합작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48’의 최종 데뷔조 아이즈원을 향한 시선이 곱지 않다. 한 멤버가 과거 일본서 우익 활동을 한 전력이 알려졌고, 데뷔곡 작사에 일본의 대표적인 우익 인사가 참여했기 때문이다.
이들의 국내 활동을 두고 장외 논쟁도 한창이다. 지난달 29일 청와대 국민청원엔 “일본 우익그룹 아이즈원의 공영 방송 출연을 금지시켜 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와 3만여명의 동의를 얻어냈다. 이런 가운데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아이즈원을 지지하는 글이 글이 올라와 회원 간 논쟁이 있었다. 하지만 운영자가 이를 비판한 회원에게만 ‘활동 정지’ 징계를 내려 논란이 됐다.
◇“우익을 우익이라고 했더니 징계를 받았네요”
발단은 최근 문제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아이즈원을 옹호하는 글이었다. 글쓴이는 “아이즈원의 일부 멤버가 우익 활동을 하는 사진이나 영상이 논란이 되고 있다”며 “그 멤버들을 배척하지 말아 달라. 앞으로 우익 활동 관련 사진이나 영상은 업로드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적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글쓴이를 비판하는 댓글이 여러 개 달렸다. “일본이 좋아?” “우익을 우익이라고 말했을 뿐” 등이었다. KBS2 드라마 각시탈의 일부 장면을 캡처해 올린 회원도 있었다.
그러자 운영자는 아이즈원을 비판하는 댓글을 단 회원 전체에게 활동정지 징계를 내렸다. “관련 상황을 설명해달라”는 글을 올린 회원들에게도 같은 징계를 내렸다. 아이즈원의 우익 논란 관련 글과 운영자의 태도를 비판하는 글을 모두 삭제하기도 했다.
한 회원은 “징계를 받은 사유를 모르겠다”며 “그간 징계 받은 회원만 수십명이다. 징계 사유를 말해달라고 요청해도 묵묵부답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사표현의 자유가 보장돼야 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침묵을 강요한다”고 강조했다.
◇ 우익 논란은 왜 일어났나
문제의 멤버는 미야와키 사쿠라(20)다. 그는 2015년부터 일본의 대표 걸그룹 ‘AKB48 팀A’ 멤버로 활동해 왔다. AKB48은 번번이 우익 활동을 벌여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2016년 3월 열린 콘서트에선 1945년 일본군의 진주만 공습 장면을 담은 영상과 함께 “우리들은 싸우지 않아”라고 노래부르는 모습을 연출했었다. 당시 멤버들은 일본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욱일기가 박힌 의상을 입고 나왔다. 2013년엔 해당 그룹의 멤버 두 명이 야스쿠니 신사에서 참배한 사실이 알려지며 국내 팬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일었다.
또 수록곡 ‘반해버리잖아? (好きになっちゃうだろう?)’의 작사에 아키모토 야스시(62)가 참여했다는 점도 문제가 됐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일본에 통치당한 덕분에 인구와 수명도 2배로 늘어난 조선인들인데, 민족정화를 당한 유대인과 비슷하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며 “그런 식의 분류가 오해와 차별을 만드는 것”라는 글을 올렸었다.
◇ 수록곡 ‘반해버리잖아?’는 방송 부적격 판정 받다
아이즈원은 지난달 29일 데뷔 앨범 ‘컬러라이즈(COLOR*IZ)’를 발표하고, 타이틀곡 ‘라비앙로즈(La Vie en Rose)’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다만 수록곡 ‘반해버리잖아?’는 KBS와 SBS로부터 방송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KBS는 지난달 30일 “해당 노래는 가사 전체가 일본어로 구성돼 있다. ‘기타 방송심의 관련 규정’에 저촉된다”고 설명했다. SBS도 1일 “아이즈원의 ‘반해버리잖아?’는 가사 전체가 일본어로 돼 있다. 자사 내부 심의 규정에는 왜색조가 짙으면 방송이 불가하다는 규정이 있다”고 밝혔다.
전형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