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살인사건 부실 대응 경찰을 처벌해주세요” 청원 빗발쳐

입력 2018-11-02 15:35


경남 거제에서 건장한 20대 남성이 폐지를 줍던 50대 여성을 마구 폭행해 숨지게 한 사건과 관련해 경찰의 부실대응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 사건을 담당한 거제 경찰을 처벌해달라는 청원이 쏟아지고 있다. 한 청원인은 “왜소한 50대 여인을 건장한 20대 남성이 30분 넘게 때리고 죽었는지 상태까지 확인하며 폭행했는데 경찰이 살인죄가 아니라 상해치사죄로 처리했다”며 “출동도 늦게 하고 살인범을 제압한 것도 아니면서 살인범을 제압한 행인들을 폭행범으로 몰려 한 경찰은 책임자 처벌과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른 청원인은 “살인범을 잡은 청년들에게 경찰이 ‘왜 이리 심하게 때렸느냐, 폭력으로 고소하면 어떻게 할려고 그러느냐’고 혼을 냈다”며 “표창은 주지 못할망정 그게 경찰이 할 소리냐”고 따져물었다.


이번 사건은 지난달 4일 오전 2시37분쯤 거제 고현동의 한 선착장 인근 도로에서 발생했다. 가해자 박모(20)씨는 폐지를 줍던 A씨(58·여)의 머리 부위를 집중적으로 폭행했다. A씨는 키 132㎝, 몸무게 31㎏에 불과한 왜소한 체구였고, 박씨는 키 180㎝의 건장한 체격이었다.공개된 CCTV를 보면 A씨가 박씨에게 “살려달라”며 빌었지만 박씨는 아랑곳하지 않고 약 30분간 A씨를 때려 쓰러뜨렸다. A씨는 범행 전 휴대전화로 ‘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등의 문구를 검색하는 등 ‘묻지마 살인’을 계획했으며, 실제 범행 현장에서도 A씨가 숨졌는지 확인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살인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해 약자를 무참히 살해한 범죄임이 드러나면서 국민적 공분은 커졌다. 동시에 경찰의 대응도 도마에 올랐다. 범행현장을 목격하고, 몸싸움 끝에 범인을 제압했다고 밝힌 B씨는 페이스북을 통해 “사건 당일 범인이 사람을 끌고 은폐하려는 걸 봤다. 경찰에 신고하던 도중 범인이 다가와 ‘형님들 제가 경찰입니다’라고 하면서 가라고 하길래 (범인의) 명치를 발로 차 넘어뜨린 뒤 개 잡듯 잡았다”고 썼다. B씨는 또 “경찰들이 다음날 나더러 ‘왜 이리 범인을 심하게 때렸냐’고 하더라. 세상에 이런 나쁜 놈을 잡아도 그냥 대충대충 넘기려 하는 경찰을 보니 화가 났다”며 “순찰도 안돌았으면서 자기들이 범인을 잡은 것처럼 행동했다”고 썼다.

당초 경찰은 박씨에 대해 살인죄를 적용하지 않고 상해치사죄를 적용해 검찰에 사건을 넘겼다. 한종혁 거제경찰서 형사과장은 언론 브리핑에서 “범인이 술에 취해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진술에 신빙성이 있었고, 살인의 고의가 있다고 보기엔 증거가 부족해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건을 넘겨받은 창원지검 통영지청은 박씨에게 살인의 고의가 명백하다고 판단해 살인죄를 적용했다. 류혁 통영지청장은 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범인은 30분에 걸쳐 항거할 능력도 없는 연약한 여성을 무차별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치명상을 입을 수 있는 머리 부분을 수회에 걸쳐 구타했다는 점만으로도 살인죄 입증이 충분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