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폭행·폭언 등으로 구설에 올라 사퇴 의사를 밝힌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엽기행각이 계속해서 드러나고 있다. 양 회장이 매년 자체적으로 ‘건강검진’을 시행해 직원들의 배변 활동을 살피고, 대학교수 폭행까지 교사했다는 것이다.
양 회장은 웹하드 업체 ‘위디스크’와 ‘파일노리’의 실소유주로 알려져 있다. 위디스크를 운영하는 ㈜이지원인터넷서비스 직원 A씨는 2일 “매해 시행되는 건강검진을 직원들이 가장 괴로워한다”고 한겨레에 털어놨다.
A씨에 따르면 양 회장은 기준량보다 10배가 넘는 비타민을 직원들에게 먹였다. 지용성 비타민 A, D, E, K는 과도하게 섭취했을 경우 구토 설사 경련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는데 양 회장은 이 중 설사를 유도했다는 것이다. A씨는 설사가 마치 소변처럼 쏟아졌다고 했다. 양 회장이 ‘비타민을 아무리 먹어도 암 환자는 화장실에 안 간다. 건강검진은 이걸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A씨는 전했다.
A씨는 또 “악행이나 웃긴 영상을 찍어 (양 회장과) 임원들이 공유했다”며 “굴욕적인 영상을 다른 사람에게 뿌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뉴스타파와 셜록이 지난달 30일 공개한 영상에는 전 직원 B씨가 양 회장에게 뺨과 뒤통수를 수차례 맞는 장면이 나온다. B씨가 위디스크 고객 게시판에 ‘양진호1’이라는 닉네임으로 댓글을 달았기 때문이었다. 양 회장은 “기념품으로 소장하겠다”며 다른 직원에게 촬영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 회장이 2013년 직원 4명을 시켜 모 대학교수를 폭행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셜록 박상규 기자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양 회장이 교수를 회사로 불렀고, 교수는 남자 직원 4명에게 2~3시간 동안 맞았다”고 주장했다. 양 회장은 폭행이 끝난 뒤 교수에게 200만원을 쥐여줬다고 한다. 교수는 지난해 양 회장을 고소했지만 검찰에서 무혐의 처리했다는 게 박 기자의 주장이다.
이 같은 ‘폭행 교사’ 의혹은 A씨의 폭로에서도 확인된다. A씨는 폭행이 회사 화장실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기억했다. 교수가 화장실에 들어가자 임원과 직원 여러 명이 블라인드를 급히 내려 통유리로 된 화장실 내부가 안 보이도록 했다는 것이다. A씨는 이 일이 2013년 12월에 발생했다고 한겨레에 밝히며 “(교수가) 그때 맞았던 것 같지만 양 회장이 늘 음악을 크게 틀어놓는 터라 소리는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2일 경기도 성남 분당에 위치한 양 회장의 자택과 인근 위디스크 사무실, 군포에 있는 한국미래기술 사무실 등 약 10곳을 압수수색했다. 양 회장이 직원을 폭행하고, 회사 워크숍에서 살아있는 닭을 일본도로 내리치는 영상이 공개된 데 따른 것이다. 현재 양 회장에게 적용된 혐의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폭행(상해) ▲강요 ▲동물보호법 위반 등이다.
앞서 1일 양 회장은 페이스북에 사과문을 올리며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있다. 한국미래기술 회장 등 일체의 직에서 즉시 물러나 회사 운영에서 손을 떼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