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구글 직원 수천명이 임원들의 사내 성추행을 묵인하고 성차별 해소에 소극적인 회사에 항의하며 동맹 파업을 벌였다.
구글 본사와 뉴욕 런던 베를린 도쿄 싱가포르 취리히 등 40여개 지사의 구글 직원들은 1일(현지시간) ‘직원을 평등하게 대하지 않는 회사 문화’에 대해 비판하며 일시적인 파업에 나섰다고 CNN방송 등이 보도했다. 파업에 참가한 직원 수는 샌프란시스코 본사에서 2500여명, 뉴욕 지사에서 3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파업의 발단은 구글이 ‘안드로이드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앤디 루빈 전 부사장의 성추행 사실을 은폐하고 퇴직금으로 9000만 달러(약 1000억원)을 지급했다는 뉴욕타임스(NYT)의 보도다. 루빈은 5년 전 한 여성 직원에게 구강성교를 강요했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구글의 비밀 연구조직 ‘구글X'의 리처드 드볼 전 이사는 면접을 보러 온 여성 지원자를 성추행했음에도 수년 간 임원을 맡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NYT 보도가 나온 지 5일 만에 사임했다. 세르게이 브린 공동창업자는 자신보다 14살 어린 여성 직원과 불륜을 저지른 사실이 발각돼 지난 6월 이혼 도장을 찍은 바 있다.
구글 직원들은 임원들의 성추행 혐의에 대해 투명한 조사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회사 측에 반기를 들었다. 파업 주최 측인 ‘진정한 변화를 위한 구글의 업무 중단’은 “사내 성추행 사건을 조사할 때 지금보다 더 강력한 투명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파업 참가자는 “구글 직원으로서 성폭력·성추행 가해자를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주기 위해서 나왔다”고 스카이뉴스에 말했다.
직장 내에서 발생하는 성차별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구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아멜리아 브루너(25)는 “여자라는 이유로 일할 때 차별대우를 받았다”며 “상사들은 남자 동료들보다 여자인 내가 하는 일에 훨씬 더 많은 의심을 품는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년간 성추행을 저지른 48명을 이미 해고했다. 그 중 대다수가 관리자급 직원이었고, 거액의 퇴직금을 챙겨준 경우는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동맹 파업이 일어나자 “초기 조사에 문제가 있었다”며 “직원들이 느끼고 있는 실망과 분노를 이해한다. 사내 성추행에 있어 강경노선을 취하고 파업 참가자들을 지원할 것”이라고 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밝혔다. NYT의 보도가 사실인지 여부는 언급하지 않았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