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에 경고장 날린 김병준 “비대위 향한 근거 없는 비판 지나칠 수 없다”

입력 2018-11-01 17:05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일 “당내 주요한 위치에 있는 분들의 비대위에 대한 근거 없는 비판은 그냥 지나칠 수 없다”고 말했다. 비대위의 당 운영에 대해 ‘갈팡질팡하고 있다’고 비판한 일부 중진 의원들을 향해 일종의 공개 경고장을 날린 셈이다.

김 위원장은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제가 취임한 이후 소통에 굉장히 신경을 써왔다. 비대위를 비판하는 분들도 제가 새벽이든 밤이든 택시 타고 가서라도 만나서 이야기를 듣곤 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비대위가 뭘 하는지 알고 싶다면 언제든지 저나 사무총장에게 물어주시면 좋겠다. 그런 확인 없이 ‘비대위가 하는 일이 없다’는 식의 근거 없는 이야기로 비대위를 비판하고 당내 불협화음을 만드는 것은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구체적인 대상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비대위의 당 운영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중진 의원들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원내대표를 지냈던 정우택 의원은 전날 비대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비대위가 갈팡질팡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친박근혜계 핵심인 홍문종 의원도 비대위가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를 중심으로 인적 쇄신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누가 (조강특위 위원에게) 칼질하라는 특권을 줬느냐.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당 안팎에서 12월 원내대표 경선과 내년 2~3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바른정당 복당파 다수인 당 지도부와 친박계 및 일부 중진 의원들 간 신경전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자 이를 진화하기 위한 제스처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또 “국민이 볼 때 이 당이 또 과거로 돌아가는 듯한 모습, 국민의 우려 자아내는 부분에 대해 서로 조심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면서 “당내 불협화음 만드는 일은 주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전날 당 지도부를 비판하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백서 제작을 요구한 홍 의원을 겨냥한 발언으로 보인다. 김용태 사무총장도 “우리가 국민에게 못 볼 꼴 보여줬던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다”며 “국민과 당원이 비대위에 준 책임과 권한을 확실하게 행사해 혁신 작업을 차질 없이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조강특위는 이달 20일까지 당협 심사를 한 뒤 원내대표 경선 이후인 다음 달 중순 쯤 당협위원장 교체 대상 지역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