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법원이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고용주를 저항 과정에서 살해한 인도네시아 출신 가사노동자에게 사형을 집행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31일(이하 현지시간) “사우디에서 가사노동자로 일했던 인도네시아 여성 투티 투르실라와티라가 지난 29일 처형됐다”고 보도했다.
투티는 2010년 돈을 벌기 위해 사우디 메카주 타이프로 건너갔다. 한 가정집 가사도우미로 취업했지만 고용주는 자신에 대한 성폭행을 시도했다. 투티는 한 아이의 엄마였다. 살인은 고용주의 성폭행 시도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벌어졌다. 사우디 체류 9개월 만의 일이었다.
투티는 정당방위를 주장했다. 사우디 사법당국은 투티가 고용주를 계획적으로 살해했다고 판단해 사형을 선고했다. 사형은 선고 9년 만에 집행됐다.
사우디 법원이 인도네시아 출신 가사노동자에게 사형을 집행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2015년에도 인도네시아 가사노동자 2명이 같은 이유로 처형됐다. 사우디는 사형을 집행할 때마다 인도네시아 정부에 통보하지 않았다.
투티의 죽음은 양국 간 외교 분쟁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자국민이 사우디에서 처형된 사실에 대해 31일 공식적으로 항의했다. 인도네시아 외교부는 성명을 내고 유감을 표한 뒤 “투티의 처형은 우리 측에 통보도 없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사형 집행 전에 사전 통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며 “국제관계의 규범과 인권 원칙을 모두 무시했다”고 사우디를 강하게 비판했다.
강문정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