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종교·양심적 병역거부 정당하다”… 14년 만에 뒤집힌 판단

입력 2018-11-01 14:15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종교·양심적 자유에 따라 군대 입영을 거부하는 것을 ‘정당한 사유’로 봤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유죄로 판단했던 2004년 이후 14년 3개월 만에 뒤집힌 것이다. 대법원이 ‘양심’을 병역기피 ‘정당한 사유’에 포함한 첫 판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일 군대 입영을 거부했다가 병역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오모(34)씨 상고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오씨는 ‘여호와의 증인’ 신도로 종교·양심적 자유에 따라 병역을 거부해왔다.

재판부는 오씨의 종교·양심적 자유를 인정했다. 오씨의 병역 거부를 두고 대법관 13명 중 9명은 무죄, 4명은 유죄로 판단하고 최종적으로 무죄 취지로 창원지법 형사항소부에 사건을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종교·양심적 자유가 병역의무보다 우월한 가치라고 봤다. 따라서 이를 형사처벌하는 것은 양심자유에 과도한 제한이 되거나 본질적 내용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일률적으로 병역의무를 강제하고 불이행 할 경우 형사처벌하는 것은 소수자에 대한 관용이라는 자유민주주의에 반하는 처사”라며 “종교·양심적 병역거부는 병역법에서 규정한 정당한 병역거부 사유”라고 말했다.

현재 대법원에서 심리 중인 종교·양심적 병역거부 사건 모두 무죄가 선고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227건이 심리 중이다. 다만 이미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경우는 별도의 구제절차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판결은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에만 영향을 미친다.

원심인 유죄를 유지해야한다고 판단한 김소영·조희대·박상옥·이기택 대법관은 기존 법리를 변경해야 할 명백한 규범적 변화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 사건은 대체복무제 도입 등으로 국가 정책이 해결해야 할 문제이고, 특정 종교에 특혜를 주는 판결이 될 수 있다고 봤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