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처를 살해하기 위해 두 달 전부터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주차된 차량에 몰래 위치추적기를 붙여 동선을 파악하는 가하면 범행 당일 가발을 쓰는 등 정체를 감추려는 시도도 있었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살인 등 혐의로 구속된 김모(49)씨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1일 밝혔다. 그는 지난달 22일 서울 강서구 등촌동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흉기를 사용해 전처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위치정보법 위반 혐의를 추가했다. 김씨가 전처의 위치를 몰래 추적한 것으로 봤다. 수사 과정에서 범행 두 달 전 피해자 차에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를 달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전처의 위치를 수시로 파악하기 위해 8월 중순 경 전처 차량 뒷범퍼 안쪽에 몰래 GPS를 장착했다. 전처가 수차례 거주지를 옮기는 등 김씨를 피해다니자 이 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과정에서 새롭게 밝혀진 가정폭력 등도 특수협박과 폭행 혐의도 추가했다.
김씨는 구속돼 양천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아왔다. 이날 오전 9시쯤 서울남부지검으로 이송되면서 ‘딸들에게 하고 싶은 말 있느냐’고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죄송하다”고 짧게 답했다.
김씨는 지난달 22일 오전 4시45분쯤 서울 강서구 등촌동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전처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했다. 이혼과정에서 좋지 않은 감정이 쌓였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씨는 범행 두 시간 전 아파트 주차장에서 전처를 기다렸다가 미리 준비한 흉기로 범행을 저질렀다. 정체를 숨기기 위해 가발을 착용하기도 했다. CCTV에는 그가 범행 며칠 전부터 아파트 주차장을 배회하는 모습이 잡혔다. 경찰은 사전에 범행을 치밀하게 계획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수면장애로 평소 수면제를 복용하고 있긴 했으나 심신미약을 주장하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정신질환을 갖고 있지도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