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0점 처리된다고 딸의 등급이 바뀌기라도 하냐”고 한 장학사

입력 2018-11-01 07:25 수정 2018-11-01 07:37

“쌍둥이가 0점 처리되면 어머님 자녀의 등급이 바뀌기라도 하냐”

숙명여고 시험문제 유출 사건과 관련해 교육청의 한 장학사가 이같이 말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네티즌들이 분노하고 있다. “살인범을 감옥에 넣으면 죽은 자가 살아 돌아오냐는 식의 질문과 같은 맥락”이라고 지적한 한 네티즌의 댓글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다.

촛불집회에 참여하고 있는 숙명여고 2학년생 학부모는 서울신문에 “교육청에 전화 했다가 한 장학사에게 ‘쌍둥이가 0점 처리되면 어머님 자녀의 등급이 바뀌기라도 하냐’는 질문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학부모가 교육청에 전화를 한 이유는 “대법원 판결까지 나와야 0점 처리하고 교무부장을 징계하겠다는 학교 측의 입장과 교육청의 입장이 똑같냐”는 질문을 하기 위해서였다.

학부모는 다음날 다시 교육청에 전화를 걸어 “만약 쌍둥이의 점수를 0점 처리했을 때 내 자녀의 등급이 바뀐다면 당장 그렇게 하겠다는 뜻이냐. 아니면 공부를 못해 성적 등급이 낮은 자녀의 학부모는 이런 민원을 제기하지 말라는 뜻이냐”고 따졌다.

그러자 이 장학사는 “어머님 자녀가 현재 고등학교 2학년이라면 수시모집 원서 접수까지 아직 1년 정도 남았다. 0점 처리가 당장 급한 것처럼 말해서 이해 당사자인지 여쭤 본 것”이라고 해명했다.

숙명여고 학부모들은 지난 8월30일부터 매일 밤 학교 앞에서 쌍둥이 시험 점수 0점 처리와 교무부장 파면, 쌍둥이 퇴학 등을 요구하며 촛불집회를 이어 오고 있다. 이 집회는 주로 쌍둥이와 같은 학년인 2학년 학부모들이 주도한다. 그러나 학교와 서울교육청은 “최종 재판 결과가 나와야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시험문제 유출이 의심되는 쌍둥이의 과거 시험 성적 추이를 확인하며 계속 수사를 하고 있지만 수사가 장기화되면서 교육 당국과 숙명여고 학부모 간의 갈등이 악화되고 있다. 학부모와 졸업생으로 구성된 ‘숙명여고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8일 학교 측에 교무부장과 쌍둥이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는 내용증명까지 보냈다. 교육청은 감사 결과를 토대로 징계 권고가 내려졌지만 경찰의 수사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0점 처리 등 징계를 확정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