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 돌린 바른미래…지역위원장 마감 직전까지 ‘유승민’ 주시한 의원들

입력 2018-10-31 19:09 수정 2018-10-31 20:18

유승민 의원을 비롯한 바른미래당 현역 국회의원들이 당 지역위원장 공개 모집 마감을 몇 시간 앞두고 한꺼번에 신청서를 제출했다. 당내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의 좌장격인 유 의원이 결정을 미루면서 여러 의원들이 그의 행보를 살피며 장고를 거듭했다.

바른미래당은 공모 마감일인 31일 오전까지도 현역 의원들의 지역위원장 신청이 저조해 속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소속 의원 30명 가운데 절반 정도인 16명만 신청서를 제출했고, 원외 인사까지 포함해 전체 253개 지역구 중 80여명 정도만 지역위원장 신청서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유 의원을 포함해 이혜훈·이학재·지상욱·이언주 등 당내에서 보수 색채 목소리를 내는 의원들이 지역위원장 신청을 하지 않으면서 뿌리 깊은 당 정체성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지상욱·이언주 의원 등은 그간 판문점 선언 비준 문제 등에서 당 지도부와 반대 입장을 내세우며 각을 세워왔다.

지역위원장은 정당 내에서 한 지역구의 관리를 맡는 자리로 국회의원 총선 등 지역구 차원의 선거를 책임진다. 정당 공천 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다. 당내에서는 자유한국당 발(發) 보수대통합 논의에 보수 성향 인사들이 흔들리면서 신청을 미루고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몇몇 바른정당계 인사들은 이미 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 등과 접촉하며 한국당행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 관계자는 “보수 정계개편 과정에서 운신의 폭을 늘리기 위해 몸을 가볍게 해두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도 지역위원장 신청률 저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당 지도부는 비공개 회의에서 “지역위원장 신청률이 너무 낮다. 현역의원들이 먼저 나서 마감(오후 6시) 전에 지역위원장 신청서를 제출할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한다”는 주문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중진의원은 이 자리에서 “지역위원장 신청 기준이 지나치게 높다는 얘기가 있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유 의원이 마감 두 시간 가량을 남기고 뒤늦게 지역위원장 신청서를 접수하면서 급한 불은 꺼졌다. 미리 신청 접수를 마친 정병국 의원을 포함해 이학재 이혜훈 유의동 오신환 하태경 지상욱 정운천 등 바른정당 출신 의원 9명도 전원 현재의 지역구로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혜훈·이학재·지상욱 의원은 오후 마감을 앞두고 신청을 마쳤다. 최근 ‘보수 여전사’ 이미지 구축에 힘쓰고 있는 이언주 의원도 현재 지역구인 경기 광명을로 신청서를 냈다.

이날 하루에만 후보자 54명이 한꺼번에 신청서를 내면서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많은 137명(오후 4시 기준)이 신청을 마쳤다.

이현웅 바른미래당 조직위원장은 “국정감사 기간에 너무 바빠 지역위원장 신청을 못하신 분들도 있고, 창당 이후 연이어 선거를 치르면서 지쳐있는 분들도 많아 신청률이 저조했었다”며 “지역위원장 신청에 따로 정치적 함의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 원외 인사는 “손학규 대표가 지난 몇주간 바른정당계 사람들을 만나고 다니며 지역위원장 신청을 설득하고 다녔다”며 “지역위원장 신청이 탈당 여부와 바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이벤트’가 만들어지면 여러 인사들의 탈당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말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