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러윈은 ‘치한’ 천국… “女 옷차림 때문이라고?”

입력 2018-11-01 05:00

“길 한복판에서 갑자기 가슴을 움켜쥐었어요.”

핼러윈 기간만 되면 늘어나는 치한 탓에 일본 여성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핼러윈 시즌 길거리에서 성범죄를 당했다고 했다. 이들은 “용서할 수 없다”며 트위터를 통해 피해사실을 공유하고 있다.

NHK 30일 보도에 따르면 최근 일본 길거리에는 핼러윈 분장을 한 젊은이들이 많았다. 동시에 성추행 사례도 늘었고 실제 체포된 이들도 많았다. 대부분 남성이 여성의 신체를 만지고 가는 식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도쿄 시부야 거리가 가장 위험한 지역으로 꼽혔다. 한 트위터 유저는 “평소에는 모두 열심히 살던 사람이었을 것이다. 낮에는 평범했을 이들이 시부야에 밤만 찾아오면 왜 이렇게 변하는지 모르겠다”고 적었다.


한 여대생은 “시부야 거리를 걷다 어떤 남자가 엉덩이를 만졌다. 사람이 너무 많아 누가 만졌는지도 모르겠더라.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40대 여성은 “지하철에서 당하는 성추행하고는 다르다. 마치 핼러윈 문화인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만지더라. 축제는 좋지만 정도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핼러윈 기간에는 외출을 하지 않는다는 이들도 있었다. 10대 여학생은 “치한이 무서워서 밤에는 시부야 거리에 나가지 않는다. 오늘도 친구들과 실내에서 만날 생각”이라고 했다.

이 같은 분노가 트위터를 통해 번지며 비난 여론이 생기자 한 트위터 유저는 “여자들 자꾸 헛소리한다. 그런 모습(핼러윈 복장)으로 외출하는 것부터 잘못이다. 마치 성추행 해달라고 길거리에 나오는 사람들 같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이와 관련해 한 여성은 “최근 핼러윈 치한에 대한 보도를 많이 한다. 뉴스를 본 부모님이 ‘네가 스스로 조심하고 다녀야 한다’고 말해서 화가 났다. 여자의 옷차림이 아니라 그런 분위기가 문제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핼러윈 기간에 시부야 거리에 가봤다는 남성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20대 남성은 “남성이 여성의 몸을 만지는 모습을 많이 봤다. 시부야 거리 분위기가 그랬다. ‘옆에 사람이 만지니 나도 만져도 되겠지’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올해 처음 시부야 핼러윈에 참여했다는 30대 남성은 “핼러윈 분장을 하고 있어서인지 내가 나같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모두가 다 분장을 하고 있기 때문에 기분이 고조돼 자제력을 잃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노출한 여성의 모습을 보고 참지 못하는 것 같다”고도 했다.

친구와 함께 시부야에 왔다는 남성은 “일상적이지 않은 축제 상황이라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며 “누군가가 여성을 만지면 옆 사람도 따라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군중심리는 대단히 위험해보인다”고 지적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