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무대의 벽은 높았다. 이승우(20·헬라스 베로나)는 31일(한국시간) 아스콜리 파키오와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 B 10라운드에서 후반전에 교체 출전, 10분여간 그라운드를 밟았다. 3경기 만의 출전이었던 만큼 눈에 띄는 활약이 절실했으나 이렇다 할 활약은 보여주지 못한 채 경기장을 떠났다. 베로나는 이 경기에서 0대 1로 패했다.
이승우는 이날 경기의 후반 37분, 안토니오 라구사를 대신해 출전했다. 0-0으로 맞선 상황에서 마지막 교체 카드였다. 그러나 특유의 저돌적인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드리블을 하다가도 번번이 경합에서 밀려 불필요한 턴오버(공을 빼앗기는 실책)를 유발했다. 장점이 단점으로 바뀐 순간이었다. 베로나는 결국 후반 40분 미헬레 카비온(23·아스콜리)에게 결승골을 내주고 무너졌다. 베로나는 현재 리그 3위에 머물러 있다.
이승우는 올 시즌 리그에서 네 경기를 뛰었다. 선발 출전은 한 차례에 그쳤다. 그라운드를 누빈 시간을 모두 더해도 90분이 채 되지 않는다. 90분은 전·후반 45분씩 한 경기에 해당하는 시간이다. 소속팀이 강등되고, 주전 공격수 히데르 마투스(25)가 부상을 당한 상황에서도 벤치를 겉돌고 있는 것이다. 대표팀에서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이승우는 10월 A매치 두 경기에서 모두 결장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49) 아래에선 단 한 경기만 교체 출전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동나이대 최고의 재능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이승우다. 성장세가 둔화됐다고 하더라도 장점은 분명하다. 그는 좁은 공간을 파고드는 플레이를 선호한다. 드리블도 유연하다. 그러나 단점을 모두 상쇄할 만큼의 수준은 아니다.
우선 그는 신체 조건이 좋지 않다. 키가 작고 근육량도 적다. 발이 빠른 편도 아니다. 턴오버가 잦은 이유다. 시야가 좁고 킥력도 평범한 수준이다. 때문에 후방에서 양질의 패스를 뿌리거나 중거리슛을 시도하는 역할엔 적합하지 않다. 수비스킬이 좋아 활용도가 높은 것 또한 아니다.
이승우는 아직 20세의 어린 선수다. 성장 가능성이 높다. 단점은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필요하다면 이적도 검토할 수 있다. 그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출전이다.
전형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