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 감독’ 솔라리의 2주 천하… 침몰하는 거함의 선장?

입력 2018-10-31 10:25 수정 2018-10-31 11:09
선수시절 산티아고 솔라리. AP뉴시스

산티아고 솔라리가 위기에 처한 레알 마드리드의 소방수 역할을 맡았다. 그에게 주어진 역할은 정식 감독이 부임하기 전까지 팀 분위기를 다독여 최악의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것이다. 스페인축구협회(RFEF) 규정상 2주 이내에 후임자를 등록해야 한다. 그가 팀을 이끌 수 있는 시간은 단 2주다.

솔라리 감독 대행은 레알 유스팀과 B팀 격인 카스티야를 이끈 게 지도자 경력의 전부다. 아직 1군 팀을 경험한 적은 없다. 세군다 디비시온 B(3부 리그)에서 지난 시즌 8위에 그쳤으나 이번 시즌만큼은 팀의 선전을 이끈 데 대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그는 아르헨티나 로사리오 출신으로 지역 동문인 리오넬 메시를 세계 최고의 선수로 호평해오곤 했다. 2000년부터 2005년까지 레알에서 선수로 활동하기 전 지역 라이벌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도 몸담았던 이색적인 경력의 인물. 스페인 현지와 구단 내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인물이 아닌 만큼 솔라리 대행을 향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카스티야에서 전술적 폭이 넓지 않다고 꾸준히 지적돼왔던 것 역시 불안 요소로 꼽힌다.

솔라리 대행에겐 어려운 과제가 놓여있다. 현재 레알의 순위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20개 구단 중 9위. 충격적인 순위다. 성적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10경기를 치르는 동안 14득점 14실점을 했다. 영락없는 중위권 성적이다

레알과 같은 스타들이 즐비한 구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단 장악. 솔라리 대행도 이에 답했다. 임시 감독 부임이 공식화된 이후 참석한 첫 기자회견에서 현재의 팀 분위기와 전반적인 상태를 이야기하며 담담한 마음을 털어놓았다. 자신을 향한 선수들의 반응을 묻는 말에 “누구도 나를 의심의 눈초리로 보지 않았다. 레알은 챔피언 그룹이자 전사의 그룹이다. 미묘한 순간이지만 그 성격이 나온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모두가 고통스럽다. 경쟁하고 승리해야 하는 것이 전부다. 당장 경기부터 이겨나가겠다”며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끄겠다고 다짐했다. 그의 말대로 레알은 리그 5경기 연속 무승(1무 4패)이라는 최악의 성적을 기록하며 당장 분위기 반전이 시급한 실정이다. 솔라리 대행이 남은 경기에서 의외의 반전을 이뤄낸다면 정식 감독 부임 가능성도 없진 않다.

훌렌 로페테기는 30일 사령탑 자리에서 전격 경질됐다. 최근 최악의 분위기를 반전시키지 못한 데다 FC 바르셀로나와의 엘 클라시코 일전에서 1대 5 참사를 당한 데 대한 책임을 물었다. 로페테기는 스페인 대표팀 감독직에서 마저 중도 경질당하며 우여곡절 끝에 잡은 지휘봉을 불과 4개월여 만에 내려놓게 됐다. 4개월 만에 감독직에서 두 번이나 경질당한 것이다.

온갖 불명예도 함께 찾아왔다. 33년 만에 공식 4경기 연속 무득점의 치욕을 겪었으며 구단 역사상 최단기간 재임 감독으로 남게 됐다. 그의 승률은 절반도 채 되지 않는 42.86%로 21세기 레알 사령탑 중 최저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