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25년 만에 호랑이 뼈와 코뿔소 코를 과학·의료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재허용하면서 세계 환경단체의 거센 반발을 받고 있다. 이는 특히 중국이 올해 1월부터 상아 거래를 전면 금지했던 정책과도 배치되는 조치여서 각국의 비난이 예상된다.
중국 국무원은 29일 “특정한 조건에서 호랑이 뼈와 코뿔소 코 또는 이를 함유한 물질을 사용하려면 정부 허가를 받아야 하며, 그 허가는 의료·과학용에 한정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30일 보도했다.
중국은 1993년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가입하면서 호랑이 뼈와 코뿔소 코의 거래·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그러나 부분적으로 이에 대한 사용을 허용하면서 호랑이와 코뿔소의 밀매를 부추길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국무원은 “호랑이 뼈와 코뿔소 코는 국가중의약관리국 인가를 받은 의사에 의해서만 처방될 수 있고, 과학적 연구를 위한 것은 정부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국무원은 의료용 처방이 가능한 대상으로는 인공적으로 번식한 코뿔소 코와 자연사한 호랑이의 뼈로 한정했으며, 코뿔소 코 등을 골동품을 보유하려면 증여나 상속을 통한 것만 가능하다고 했다.
환경단체인 세계자연기금(WWF)은 “중국이 25년간 유지해온 호랑이 뼈와 코뿔소 코의 사용 금지를 뒤집어 매우 우려스럽다”며 “의료용 등으로 한정한다지만 합법과 불법의 범위에 혼란이 초래되며 호랑이와 코뿔소의 불법거래를 확대하는 결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중국 정부는 올해 1월 1일부터 새해부터 상아의 판매와 구매, 중개 등 모든 거래를 금지하는 조치를 취했다. 온라인 거래나 해외에서 상아 기념품을 사오는 것도 불법으로 규정했다. 세계 환경단체들은 이 조치로 코끼리가 멸종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쏟아냈다. 중국 매체들은 중국 내 상아 가공공장들과 판매점들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중국이 호랑이 뼈와 코뿔소 코의 의료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 상아 매매 금지 조치에 따른 단속도 느슨해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중국에서 상아는 부와 권력의 상징으로 여겨져 부자들의 장신구로 인기를 끌었으며 ㎏당 250만원 안팎에 거래돼 ‘하얀 금’으로도 불렸다. 아프리카의 코끼리 개체 수는 밀렵 등으로 희생되면서 지난 10년 새 11만 마리가 줄어 2016년 기준 41만5000여 마리밖에 남지 않은 상태다.
중국에선 또 호랑이 뼈와 코뿔소 뿔이 관절염을 비롯한 각종 질병에 효험이 있고 정력에도 좋다는 미신이 강하다. 과거 정부가 전면금지를 했을 때도 밀매를 통해 약재로 쓰는 일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