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 여자친구와 일가족을 살해한 이른바 ‘부산 사하구 일가족 살인사건’의 숨진 용의자 신모(32)씨의 범행 동기가 치정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경찰이 잠정 결론 내렸다.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부산 사하경찰서는 30일 신씨가 치정에 의한 이별 살인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내용의 1차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은 “신씨가 피해자 조모(33)씨에 대한 집착이 강하고 사소한 문제로 폭력을 행사하는 등 자주 다툼이 있었다고, 싸울 때 가전제품을 던지는 등 폭력성도 있었다는 주변인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어 “숨진 전 여자친구의 강아지를 질투한 신씨가 강아지를 집어 던져 죽이는 일도 있었다는 주변인 진술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신씨와 전 여자친구가 동거하는 과정에서, 신씨의 잦은 이직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갈등과 다툼도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신씨는 24일 오후 부산 사하구의 한 아파트에서 전 여자친구인 조씨와 조씨의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를 흉기와 둔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조씨를 제외한 나머지 3명의 시신은 화장실에 놓여있었고, 조씨 시신은 거실에서 나왔다. 신씨는 작은방에서 질소 가스에 질식해 숨진채 발견됐다. 범행 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신씨는 연인이었던 조씨를 유독 잔혹한 방법으로 살해했다.
신씨와 조씨는 1년간 동거한 사이였으나 지난 8월에 이별했다고 한다. 경찰은 “신씨가 이별 후 많이 힘들어했고, 조씨의 어머니와도 갈등이 있었다는 진술이 나왔다”고 말했다. 조씨가 짐을 찾으러 갔다가 신씨에게 폭행을 당했고, 이를 알게 된 조씨의 어머니가 신씨를 찾아가 혼내면서 갈등이 빚어졌다는 것이다. 조사 결과 신씨가 결별 후 조씨와 13차례, 조씨 어머니와 10차례 통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씨가 한 달 전부터 범행을 준비한 정황도 드러났다. 신씨는 지난달 28일 인터넷에서 범행에 이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전기충격기를 구입한 뒤 사용법 등을 검색했다. 신씨가 사하구 CCTV 현황 등을 검색해 저장한 기록도 발견됐다.
경찰은 “디지털 포렌식 분석결과와 부검 결과 등이 나오면 정확한 범행 동기 등을 추가로 수사한 이후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