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반도체’ 신라면 전 세계를 사로잡다… K팝 너머 K푸드 되나

입력 2018-10-30 16:54 수정 2018-10-30 17:25
인스타그램 캡처.

농심 ‘신라면’이 미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유튜브에 ‘shinramyun’을 검색하면 수많은 외국인의 먹방(먹는 방송) 영상을 확인할 수 있다. 농심은 신라면의 한국 특유 얼큰한 맛을 그대로 살려 수출해왔다. 매운맛에 도전하는 문화와 맞물려 더 큰 인기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고 농심 측은 해석했다.

유튜브 캡처.

가장 큰 반응을 보이는 곳은 미국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공개한 ‘글로벌 매운맛 식품 보고서’에 따르면 신라면의 미주 지역 매출은 2015년 6000만 달러에서 지난해 7600만 달러로 급증했다. 올해 농심의 미국 매출 하반기 실적은 1억 달러를 넘어섰다.

농심은 2013년 한국 식품 업계 최초로 월마트와 직거래 계약을 맺은 후 4년 만에 미국 4692개 월마트 전 매장에 신라면 입점을 완료했다. 현재 월마트는 미국 전역에 코카콜라와 네슬레, 펩시, 켈로그, 하인즈 등 세계적인 식품 브랜드의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신라면과 신라면 블랙은 세계 최초 무인매장인 아마존고에도 입점했다. 아마존고의 입점은 판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서만 결정된다. 미국 소비자들에게 통했다는 것을 숫자로 증명한 것이다.

농심은 주류시장인 월마트와 아마존 입점에 성공하면서 소규모 점포로 제품판매를 확대하기 쉬워졌다. 신라면의 미주 시장 진출 전망은 앞으로도 밝아 보인다.

현재 미국 라면시장에서 농심의 점유율(15%)은 일본 마루찬(46%), 니신(30%)에 이어 3위다. 차이점이 있다면, 일본 라면은 저가 정책으로 점유율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일본 업체의 주력제품은 3~4개를 넣은 1팩에 1달러 수준이지만, 농심 신라면은 개당 1달러, 신라면 블랙은 1.99달러로 판매하고 있다.

미국 외에도 전 세계가 열광하고 있다. 신라면은 일찍부터 융프라우에 자리 잡았다. 1999년에 진출해 현재는 연간 10만개 이상 팔리는 인기상품이다. 지난 3월부턴 융프라우와 알프스 양대 산맥으로 알려진 마터호른에서도 신라면 판매에 들어갔다.

라면 수출 시장 중 가장 큰 중국에서도 신라면의 인기는 대단하다. 농심은 중국 현지 1000여 개 신라면 영업망을 중심으로 판매처를 확대하고 있다.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타오바오에서도 판매 상위권에 있다.

일본에서도 인지도를 올리고 있다. 2013년 시범 운영했던 푸드트럭 ‘신라면 키틴 카’가 소비자들의 성원으로 지속 운영 중이다. 올해는 일본 대도시와 인근 소도시를 집중적으로 공략할 예정이다.

대만 3000여 개 훼미리마트 전 점포에서 ‘신라면블랙 사발’을 팔고 있으며, 필리핀에서는 2300여 개 세븐 일레븐 전 점포에서 판매되고 있다. 홍콩 싱가포르에선 대형할인점을 중심으로, 태국 베트남에선 중소형 마트를 중심으로 판매되고 있다. 네팔 히말라야 등반 코스, 지구 최남단 칠레 푼타 아레나스 등에도 퍼져 있다. 호주에서도 2014년 시드니에 농심 법인을 설립해 브리즈번과 멜버른 등으로 시장을 넓히는 중이다.

항공사 업계에도 진출했다. 농심 신라면은 모든 국내 항공사 기내식에 이미 공급 체계를 갖추고 있고, 외국 항공사에도 20곳 이상에 기내식으로 공급하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특유의 얼큰한 맛이 신라면의 인기 비결이다”며 “앞으로도 해외에서 달러를 벌어들이는 한국 대표 수출제품으로 키워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슬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