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서에 치킨과 피자가 잔뜩 배달된 이유는??

입력 2018-10-30 16:26
29일 홍천소방서에 배달된 치킨과 피자 선물. 한 시민은 소방대원들에게 감사하다며 이 같은 선물을 보냈다. 강원도소방본부 제공


지난 29일 오후 5시30분쯤 강원도 홍천소방서에 치킨과 피자 선물이 도착했다. 서울에 사는 한 시민이 홍천소방서 소방대원들의 활약상을 알고는 감사한 마음을 담아 보낸 것이다. 대원들이 감사를 표하려고 했으나 이 시민은 이름이나 연락처도 남기지 않았다.

이날 오전부터 홍천소방서에는 격려의 전화가 이어졌다.

홍천소방서에 응원이 빗발치기 시작한 것은 뜨거운 불길 속에서 세 살 배기 아이를 무사히 구해 낸 대원들의 이야기가 알려지면서부터다.

구조과정에서 왼쪽 뺨에 2도 화상을 입은 박동천(45) 소방장은 “주위에서 칭찬을 많이 해주셔서 힘이 난다” 고 말했다.

강원도소방본부에 따르면 28일 오후 5시18분쯤 강원도 홍천군 홍천읍 한 빌라 4층에서 불이났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홍천소방서 진압대원과 구조대원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거실과 베란다에서 연기가 치솟고 열기로 인해 내부 진입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지난 28일 화재현장에서 3살 아이를 구조하는 도중에 녹아내린 홍천소방서 박동천 소방장의 헬멧. 강원도소방본부 제공

그러나 대원들은 아이 어머니로부터 ‘아이가 집안에 있다’는 얘기를 듣고는 지체 없이 화염 속으로 뛰어들었다. 화염과 연기로 인해 시야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구조대원들은 안방에서 쓰러져 있던 아이를 발견해 산소마스크를 씌워 밖으로 안고 나왔다. 구조된 아이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고 건강을 회복했다.

불길이 덮친 방안에서 아이를 안고 탈출한 김인수(56) 소방위는 “무조건 구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며 “어떻게 4층에서 뛰어 내려왔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강원소방본부와 홍천소방서 홈페이지에도 화염에 기꺼이 몸을 던져 어린 생명을 구한 소방관들을 칭찬하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홍천소방서 홈페이지에 글을 올린 누리꾼은 “당시 얼마나 위험했을지 짐작조차 가지 않는다. 여러분들이 진정한 영웅”이라고 적었다.

또 다른 누리꾼은 “검게 그을린 헬멧을 보니 감동적이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며 “항상 내 가족처럼 다른 이의 생명을 보호해주는 여러분들이 있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것 같다”고 글을 올렸다.

춘천=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