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日신일철주금, 강제징용 배상해야”… 일본 기업 반응은

입력 2018-10-30 15:49 수정 2018-10-30 16:21
뉴시스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대법원이 피해자 승소 판결을 냈다. 소송이 제기된 지 13년 8개월 만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30일 오후 2시 강제징용 피해자인 이춘식(94)씨 등 4명이 일본 철강기업인 신일철주금(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재상고심에서 신일철주금이 이씨 등에게 각 1억원씩 지급하라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이 소멸했다고 봐야 하는지 여부였다. 대법원 다수 의견(7명)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권은 청구권 협정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먼저 재판부는 “배상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한 일본 법원의 판결을 대한민국 선량한 풍속이나 사회질서에 어긋난다고 봤다. 원심의 판단을 확정한 것이다. 일본 법원에서 일제의 한반도 식민지배가 합법적이라는 전제로 내려진 판결이기 때문에 우리 헌법 가치에는 반하는 것으로 봤다.

신일철주금이 주장한 소멸시효와 관련해서는 “신의성실 원칙을 위반한 권리남용”으로 봤다. 또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에 따라 피해자 배상청구권이 소멸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배상청구권은 청구권협정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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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일본 법원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일본 오사카지방재판소는 1941~1943년 신일철주금에서 강제로 노역한 고(故)여운택씨 등이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구 일본제철의 채무를 신 일본제철이 승계했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이후 일본 최고재판소에서 판결을 확정했다. 이들이 다시 한국 법원에 소송을 냈지만 1심과 2심 모두 “일본의 확정판결은 우리나라에서도 인정된다”고 선고했다.

하지만 2012년 5월 대법원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을 불법으로 보는 대한민국 헌법의 핵심 가치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이라며 판결을 뒤집었다. 따라서 이 사건을 서울고법에서 다시 심리했고 2013년 7월 신일철주금이 반인도적인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판결하면서 원고들에게 각각 1억원씩 배상하도록 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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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법원이 일본 법원에서는 인정하지 않았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청구권을 전원합의체 판결로 받아들이면서 유사 소송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은 대법원에 2건, 서울고법에 1건 등 10여 건이 법원에서 심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강경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일철주금은 30일 입장자료를 통해 “매우 유감”이라고 전했다. 이들은 “한일 양국 및 국민 간 청구권 문제는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고 선언한 1965년 한일청구권·경제협력협정, 그리고 일본 정부의 견해와도 반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일본에서 열렸던 재판을 언급하면서 “이번 소송 원고 4명 가운데 2명이 1997년 12월 일본에서 같은 소송을 제기했지만 2003년 10월 최고재판소(대법원)에서 당사가 승소 확정판결을 받았다”며 “이번 한국 대법원 판결은 이런 일본의 확정판결에도 반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판결 내용을 정밀히 조사하고 일본 정부의 대응 상황 등에 입각해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